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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15. 2024

추억은 멀어지지 않는다.



추억은 도무지 멀어지지 않고, 그 자리를 온통 자신의 시간으로 채우던 사람만이 멀어졌다. 차마 지우지 못하는 그 시간들은 나를 여전히 가득 채우고 흑역사란 이름으로 오래 남겠지. 깊은 생채기처럼. 일부러 더 못되고 일부러 더 치졸하게 굴었던 마지막의 나를 칭찬하면서.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색으로 채우겠지. 다시 써나갈 내 일기장을 오롯이 당신으로만 채울 사람과.


행복했던 그때의 시간들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다. 미운 마음도 무뎌질 테지. 오래되어 낡은 사진첩 한켠에 자리 잡을 먼지 쌓인 이야기가 되겠지.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을 치사스러운 이야기일지라도, 그래도 추억할 거리가 있는 인생을 살았다는 것은 꽤나 감사하다. 아무런 일기도 남기지 못한 인생을 산 것보다야 더 낫지 않겠나 싶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흑역사도 역사라고. 그래, 나의 역사를 쓴 것일 뿐이다.


감정과 감정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다시 내 이야기를 채울 사람과는 조금 더 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바람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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