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이천년 전 황제의 일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고

by 보리별


요사이 마음이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연인 듯 아닌 듯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유명한 책이라서 들어는 봤지만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이 전쟁터에서 쓰였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였다.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이며 스토아 학자였다고 한다. 당시 로마는 친아들이 아닌 주변의 유능한 이를 양자로 삼아 황제 임무를 맡기는 시절이었다.


2천 년 전 전쟁터에서 우주와 자신을 성찰한 위대한 인간의 글이 오늘도 살아 꿈틀거린다.




서문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로서 명석한 두뇌로 열심히 일한 황제라는 평가와 함께 오늘날까지 '철인의 통치자'로 존경받는다. 다만 그가 친자식인 콤모두스(재위기간 180년 ~192년)를 후계자로 지명한 것, 제위에 오른 콤모두스가 '로마인에게 내려진 가장 극악한 저주'라 일컬어지는 폭군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탓에 로마가 매우 불행한 시대를 맞게 된 사실은 아쉽기 그지없다.


---- 뛰어난 스승 아래 갈고닦은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여 수사학적이고 지적으로 쓰인 아름다운 문장들이 돋보이며, 더러는 너무 압축된 문장으로 독자의 이해를 불허하는 대목도 보인다. 이런 부분은 그가 자신만을 위하여 메모해둔 글이라는 점을 감안해 읽으면 된다.


---- 로마 최고 권력자였던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원정기>와 <내전기>가 전투와 전투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면, 그 후 200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역시 전선에서 집필된 <명상록>이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더 이상 부러울 것 없는 로마 제국의 일인자가 양심적이며 실천적인 황제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 자기정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장


--- 신들이 하는 일은 섭리로 가득 차 있다. 운명이 하는 일들도 자연 또는 섭리가 지배하는 복잡한 인과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만물은 섭리에서 흘러나온다.


--- 가장 긴 삶도 결과는 가장 짧은 삶과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시간은 만인에게 길이가 같고, 우리가 잃는 것은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는 것은 분명히 순간에 불과하다. 아무도 과거나 미래를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어떻게 빼앗길 수 있겠는가? 따라서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4장


---- 사람들은 시골이나 바닷가, 또는 산속에서 자신을 위한 은신처를 찾는다. 너도 무엇보다 그런 것을 그리워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너는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너 자신 속으로 은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자신의 혼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은신처는 없다. --따라서 늘 그런 은둔의 기회를 마련해 자신을 새롭게 하라.


--- 네 의견을 버려라. 그러면 '피해를 입었다'라는 느낌이 사라질 것이다. '피해를 입었다'는 느낌이 사라지면 피해도 사라질 것이다.


--- 너를 모욕한 자가 판단하는 대로, 또는 네가 판단해 주기를 누군가 바라는 대로 사물을 이해하려 하지 마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라.


--- 너는 곧 죽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단순하지 못하고, 담담하지도 못하고, 외부로부터 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사람에게 상냥하지 못하다. 지혜와 올바른 행동의 하는 것은 같은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에픽테토스가 말했듯이, "너는 시신을 짊어지고 다니는 작은 혼일뿐이다."


---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더니, 나야말로 불운하구나!" 천만에! 그렇게 말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라. "나는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고통을 겪지 않았고, 현재의 불운에도 망가지지 않고 미래의 고통도 두렵지 않으니, 나야말로 행운아로구나!"


5장


--- 아침에 일어나기 싫으면, '나는 인간으로서 일하기 위하여 일어난다.'라고 생각하라. 그 때문에 내가 태어났고, 그 때문에 내가 세상에 나온 일을 하려는데 아직도 불평을 한단 말인가? 아니면 나는 이불을 덮고 몸이나 데우려고 만들어졌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즐거운걸." 그렇다면 너는 즐거움을 위해 태어났단 말인가? 간단히 말해 네가 태어난 것은 느끼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행동하기 위해서인가? 너는 작은 식물들이, 참새들이, 개미아 거미와 꿀벌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우주를 구성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하거늘 너는 인간으로서 맡은 일을 거부하고 네 본성에 맞는 것을 향햐 달려가지 않겠다는 것인가?


--- 한때 나는 어디에 버려져도 운 좋은 사람이었다. '운 좋은 사람'이란 스스로에게 좋은 운을 가져다준 사람이고, 좋은 운이란 혼의 좋은 성향, 좋은 충동, 좋은 행동이다.


--- 황제 티를 내거나 궁정 생활에 물들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러기가 쉽기에 하는 말이다. 늘 소박하고, 선하고, 순수하고, 진지하고, 가식 없고, 정의를 사랑하고, 신을 두려워하고, 자비롭고, 상냥하고, 맡은 바 의무에 대하여 용감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철학이 만들려고 했던 그런 사람으로 남도록 노력하라


--- 네가 그만큼의 햇수만큼 살고 더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해서 왜 화를 낸단 말인가? 너에게 주어진 물질의 양에 만족하듯이 너에게 주어진 시간에도 만족하라.


--- 네가 화가 나 폭발하더라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00년 넘게 전해져 온 글은 이런 거구나...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라는 말은 얼마나 현대적인지..


공동체를 사랑하고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함께 하나의 우주를 이룬다는 통찰은 놀랍다. 서기 121년에 태어나 180년에 돌아가신 분의 글이 바로 어제 쓴 것 같다. 자신에게는 중요한 세 가지 관계가 있다는 대목에서는 깊은 영성도 느껴진다.


내면의 괴로움은 그때도 지금과 비슷했나 보다. 자신을 모욕한 사람 불편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글은 샘물처럼 시원하다. '진실을 안다면 남들이 너를 어떻게 볼 것이가 하는 생각은 버리고 본성이 원하는 대로 살아라'고 스스로에게 다독이는 글에서는 마음이 저릿하다. 이것이 된다면 인생 무얼 더 바라겠나. 두고 두고 읽어야겠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되 흥분하지도 나태하지도 위선자가 되지도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전쟁 #성찰 #우주 #인격의 완성

#명상록 #저자: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출판: 숲 #200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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