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 모두가 시력을 잃었다. 나만 빼고
제목이 흥미로우면서도 섬찟하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두가 보이지 않을 때 너의 본성이 드러날 지니..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 본연의 본성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모두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적응의 동물답게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간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탐욕을 채우려는 자들도 등장한다.
무력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착취하려는 이들과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면서 함께 생존하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
이렇게 상반된 인간 본성의 대립은 모두가 눈이 먼 상황이기에 더욱 극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탐욕, 불신, 위선, 연대, 연민, 희망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본성들.
평상시에는 어떤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감추고 있을 수 있으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가장 날 것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눈이 멀어버리는 설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본성을 좀 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안과 의사, 의사 아내,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사팔뜨기 소년, 처음 눈이 먼 남자, 등.
아마도 인간 다수의 대표성을 띠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익명성을 의미하는 것이거나.
문장 부호도 생략되어 있다.
따옴표나 물음표, 느낌표도 없는데.
음.. 이거는 이유를 모르겠다. 뭔가 의미가 있을 텐데..
작가 주제 사라마구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끝맺음이 정말 궁금했다.
다만 막연하게 "이러다 그냥 눈이 확 떠져 버리지 않을까?"라고 희망(?) 하면서 읽었는데
정말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이 차례로 떠져서 매우 반갑게 느껴졌다.
눈이 갑자기 떠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눈이 어느 날 예고 없이 갑자기 멀었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멀었으니 이유 없이 떠질 수도 있는 거지..
읽으면서도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남으려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런 철학적인 질문보다도
그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더욱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차가 없는 사람은 중고차라도 모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중고차를 모는 사람은 고급차를 부러워한다.
그리고 고급차를 모는 사람은 슈퍼카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차가 없어 대중교통만을 이용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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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한 번쯤은 감사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지니..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