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에 조용히 돛단배를 띄웁니다.
배는 물길을 따라 고요하게 흘러가다가도, 돌부리가 만들어낸 소용돌이를 만나 흔들리고, 어떤 구간에서는 갑작스런 낙차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배 위의 소년은 그 흐름을 믿지 못합니다.
물살을 막아 세우려 애쓰고, 때로는 거꾸로 오르려 무리합니다.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통제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믿는 작은 자아의 몸짓입니다.
그 모습을 강둑에서 지켜보는 또 다른 소년이 있습니다.
물결이 거칠어질 때면 마음이 살짝 긴장되지만,
그럼에도 전체 흐름을 느끼며 조용히 바라봅니다.
돌부리를 어떻게 피해 갈지, 격류에서 어떻게 몸을 맡길지, 그 모든 장면을 조바심과 여유가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관찰자의 자리입니다.
더 멀리, 산자락 언덕 위에는
수많은 돛단배와 수많은 소년들이 저마다의 강을 따라 흘러가는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시선에서는 강과 배와 소년, 물살의 굴곡이 모두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서로가 서로를 움직이고 있게 하는 더 큰 의식의 호흡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문득 알게 됩니다.
강바닥의 돌멩이도, 격랑도, 폭포도 우리가 스스로 놓아두고 스스로 만들었던 것들이라는 사실을.
흐름은 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만, 흐름을 어떻게 바라볼지의 위치를 바꾸어 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