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미세뷰 May 21. 2020

사내 영상공모전 참여_2탄

내안의 열정은 명품 손연기를 펼치게 한다

명품의 손연기를 펼친 나. 아는 동생이 찍어야 했기에 손모델은 내가 자연스럽게 발탁이 되었다. 우리는 스튜디오를 잡아 4시간을 촬영했다.

카메라 포커싱을 맞추는 최적의 각도를 잡는데 1시간이 걸린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내 손과 핸드폰의 최적의 각도를 맞추기 위해, 모든 배경도 다시 세팅하였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 및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가장 이쁜 각도를 찾아내야 했다.

카메라의 원리를 잘 모르지만, 대략 아이돌 팬들이 대포카메라를 들고, 앵글을 잡고 찍으면 거의 사람의 피사체가 천사처럼 나온다.

초기 카메라 세팅 과정, 손구도와 카메라 각도 체크 중

이건 최대한 줌을 당겨서 뒷 배경을 날려버리고, 찍고 싶은 배경에 집중시키면 이쁘게 나오는 것이다.


아이돌 덕질도 노력과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페이에 그 사람을 사랑하는 열정에서 찍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공모전에 제출할 내 손을 찍는 것이기에 그들에 비하면 열정은 한참 떨어지지만 말이다.

핸드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 연기도 연기라면 나름 연기다. 자연스러움과 화면전환, 앵글 모든 삼박자가 맞춰져야 콘티에서 대략 생각했던 서비스 이용모습이 예쁘게 카메라에 담긴다.

스마트폰 스크린에 크로마키(초록색 화면)를 배경으로 하여 나중에 합성을 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찍느라, 쪼그려 앉기도 하고, 기괴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내 안의 열정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생업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진짜 내가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자발적이고 도전적인 행보였다. 대학교 졸업 이후 오랜만에 마주한 순간 이었다.

촬영이 어렵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4시간을 무릎을 꿇으며, 앵글에 머리가 나오지 않기위해 핸드폰을 높게 들고 찍으니 수전증이 와서 엔지를 많이 냈다.

위 사진 보다는 선명하게 휴대폰의 포커싱이 잡힌 모습이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각도가 다소 삐뚫어져 엔지를 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그녀는 프로였기에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서비스 이용하는 명품의 '손연기(?)’를 펼치고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갔다.

그녀는 작은 메모리카드를 들면서, 헛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언니 우리가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찍은게 여기 이렇게 조그마한데 다 담긴 거야. 좀 허무하지 않아? 언니 다리에 쥐도 났는데..”

나는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아직은 저기에 담겨있지만 결과물은 온 세상에 공개 될 거니까’ 라고 말을 아껴 두었다. 아직 우린 입상은 안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별 후,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세계관을 머리속에 구축하고, 이뤄낼려다보니 하루를 쪼개고 쪼개서 살았다
그 이전에 안하던 짓을 하고 살려니 몸에서 무리가 온 것이 당연했다.

갑자기 기침을하고 몸살기운이 돌았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코로나에 걸린건 아닐까 우려했는데

3일 푹쉬니까 나아졌다.


4시간 촬영 후 막차를 놓칠까 20분동안 뛰어서 지하철을 잡아탔다. 1시간 30분을 걸려 서울에서 경기도로 온 강행.


회사에서  인사발령 후 바쁜 나날을 보낸 터 였는데 

이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저질체력인 내가 탈이나버린 것이다. 아픔도 내 노력을 결과의 산실이라 생각해 뿌듯했지만, 쉬는 3일동안평소 하던 것처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역시 체력과 건강이 뒷 바침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느낀 사건이었다. 이후로 집에서 홈트레이닝도 꾸준히 하며 체력을 기르기로 다짐하였다.

병원을 오가며 코로나19사태 때문에 약처방도 구두로 받고, 주사도 겨우 맞아 나아서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어쨌든 찍은 결과물을 대충 콘티에 얹어서 가안을 보내주었고 나는 수정사항 및 강조내용을 코멘트해주었다.

예를 들면 쿠팡보다는 교보문고의 서비스 이용모습으로 대체해 달라 주문했다. 쿠팡은 현재 자사 결제서비스의 양식이 조금 밋밋해 이용서비스를 강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수정을 요청했다

사실 씬을 더 삽입하자는 건 양심상 못하고
수정 후 마지막 컨펌을 거친 뒤, 몸살로 골골대며 회사를 나왔다.


사실 연차를 쓰고 싶었는데 영상 공모전 마지막 접수일이라 나와야 했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회사라 회사 내부 망을 쓰는 컴퓨터로 꼭 보내야했기에, 어찌어찌 접수를 마치고 영상이 제대로 재생된다며, 답변을 총무팀으로받고 공모전은 무사히 참가 되었다. 진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이 경험에 대한 결과의 첨언을 하자면 평가에서 꽤나 괜찮은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칭찬도 좋지만, 중요시 여기는 것은 그동안의 행보와 다르게 패기와 열정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에 큰의의를 둔다. 이게 나의 열정의 시발점이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사내 영상공모전 참여_1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