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나 감독으로서나 관객을 끌어당길 줄 아는 능수능란함
영화계를 대표하는 절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이 바로 이정재와 정우성입니다. 데뷔 초기 때부터 최고의 스타였던 두 사람은 1999년에 개봉했던 <태양은 없다>를 통해 처음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이후로 23년이란 세월 동안 그들이 함께 스크린에 모습을 비추는 것을 볼 수가 없었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2022년에 드디어 두 사람이 <헌트>를 통해 다시 한 작품 안에서 나란히 서게 되었습니다. <헌트>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함께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이란 점에서도 무척이나 궁금증을 자아냈죠.
영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던 1980년대, 그중에서도 1983년이라는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때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국민들을 향해 수많은 폭력을 일삼던 독재 정권이 자리 잡고 있던 시기였죠. <헌트>는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데모와 아웅산 테러 사건 같은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따온 상황들을 통해 당시 한국 사회의 혼란과 격동을 담아내고 그 안에 첩보물이라는 장르를 흥미롭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림'이라는 북측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과연 스파이가 누구일 것인가에만 집중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사냥개들 마냥 필사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물어뜯으려 하는 '박평호'와 '김정도' 두 인물의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팽팽한 대립도 아주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투톱 주연인 이정재와 정우성은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으로도 언제나 큰 호응을 이끌어냈었죠. 이번 작품에서도 두 사람은 시종일관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통해 굉장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두 사람 외에도 각각 '박평도'와 '김정도'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전혜진과 허성태 배우도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두 명의 거대한 스타들 옆에서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고 이 작품이 스크린 데뷔작인 고윤정 배우 역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는 물론이고 이정재라는 대선배와 좋은 호흡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깜짝 등장하는 화려한 면면의 카메오들도 아주 짧게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이죠.
그래도 역시나 첩보 영화 하면 액션을 빼놓을 수 없겠죠. 오프닝부터 펼쳐지는 총격씬부터 클라이맥스에 펼쳐지는 거대한 규모의 액션씬까지 영화는 좁은 공간, 넓은 공간 할 것 없이 각각의 상황에 맞게 긴장감 넘치는 액션들을 탁월하게 담아냅니다. 물론 보는 이들에 따라 단순히 쏘고 터지고만 반복하는 액션들이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관객들이 즐기기에 큰 부족함이 없는 액션씬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액션씬은 두 주인공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과 맞물려 더욱더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해내죠.
<헌트>를 보면서 이정재는 배우로서나 감독으로서나 관객을 끌어당길 줄 아는 능수능란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출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에 개봉했던 대작 한국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드네요.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데 이어 이젠 감독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해냈으니 이정재가 최고의 스타라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