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은 외부의 화려한 유혹을 잠시 접고 자신의 내면에 깊이 들어가 성찰하는 일 아닐까? 시든 수필이나 소설이든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로지 글쓰기에 집중하는 일, 이것이 작가로 성장하기 위한 첫 단계일 것이다. 책을 출간하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참 어렵다. 혼자 있는 시간도 즐겁지만 누군가를 만나 소통하는 걸 꽤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일정이 많다. 시집을 출간하겠다고 브런치를 통해 선포한 이후에도 분주한 일과를 감당하며 자꾸만 밖으로 나돌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가도 다시 분위기에 끌려 모임이나 약속에 열심히 참여한다. 누군가와 통화하거나 만나지 않는 시간조차 다양한 일처리에 분주하다.
아마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글 쓰는데 따로 시간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시간 내서 시를 교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3차 정도 교정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다가도 다시 보면 또 고칠 것이 보인다. 첫 시집이라는 데 의의를 두고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허술한 건 싫은 것이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객관성이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메타 인지 능력이 탁월한 사람일수록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일을 성취하는 데 유리하다. 글을 교정할 때도 메타 인지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엉망일 수도 있고, 내가 보기엔 별로인데 타인에게는 좋아 보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교수님이나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글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던데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 시 동아리에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했으면 좋았을걸... 후회하는 중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랜 글동지이자 존경하는 김 작가님이 곁에 계시다는 것이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조언을 구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이 와중에 단풍놀이와 캠핑, 해외여행, 출사, 김장까지 골고루 다 챙기고 있다.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혼자서 민망하다. 사실 내가 시집을 출간하든 말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사람들의 관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절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12월 안에 부크크로 시집 출간하기!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왕이면 덜 어설픈 결과물로이루고 싶다. 마음속어수선한 방황을 달래며책 출간의 과정을 기록하고 시를 다듬는 것,지금으로선이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