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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Feb 25. 2024

메멘토모리의 두 가지 의미

죽으면 모든 게 끝나는데?

오랜만에 119를 탔다. 사실 좋은 징조다. 예전엔 한 달에 몇 번도 더 탔는데 이번엔 마지막으로 119를 탄지 무려 반 년이나 지났다. 그만큼 내가 좋아졌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수술하고 나서 자책했던 게 있는데, 아니 사실은 지금도 자책하고 있는 건데 ‘왜 나는 삶을 놓지 못할까’ 고민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 사람이 사는 게 유해진다는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할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모든 순간이 악착같았고 간절했다.

 나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변화를 강조했고 연대를 외쳤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발자취를 돌아보니 나도 극복 못했으면서 예술을 한답시고 ‘작품을 통해서 치유를 하고 싶었다’ 라고 말하는 내가 가증스러웠다. 정작 그 말을 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피투성이였으면서. 간절한 어떤 마음은 시시각각 튀어나와 나를 죽인다. 그게 일이든, 인간관계든, 사랑이든. 그래서 늘 나를 고꾸라지게 한다.

 그래, 죽으면 모든 게 끝나는데.
암 수술을 하던 날, 나는 아직도 추운 수술실좁은 침대 위에 누워 온 몸을 바들바들 떨던 내가 선명하다. 그 때 과호흡이 와서 숨을 잘 쉬지 못했다. 내가 너무 버거워하니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진정제를 넣어줄까 물어봤었는데 그 뒤 나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아니요. 어차피 잠들면 끝이니까 그냥 재워주세요.”
 고작 전신마취일 뿐이지만, 죽음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죽음은 그런 것이었다. 한 번 눈 감으면 모든 게 끝나는 것. 나는 그 고비를 한 번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무게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때, 누가 나에게 해줬던 말이 기억난다. 그건 너의 특권이라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때가 올 때가 온다고 한다. 그 땐 아마 내려놓지 못해서 이렇게 고민하는 나도 버거워서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것이라고. 지금 내가 내려놓지 못하는 것조차, 실컷 꿈꾸고 이룰 수 있는 나만의 특권이니 지금은 놓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내 모든 걸 명쾌하게 해결해줄 만큼 시원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 말을 통해 메멘토모리의 또 다른 의미를 찾았다. ‘죽음이 있으니 매순간을 여유롭게 살라’는 말뿐만이 아니라, ‘죽음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도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 치열하지 못한 것도 죄가 아닐까 생각했다

 곧 3월이 다가온다. 이제 나는 다시 움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예쁘게 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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