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다가 깨달은 '나이 듦'의 의미
표고버섯연근영양밥. 메뉴판에 적힌 이 메뉴를 보고 ‘맛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건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햄버거나 감자튀김보다 뜨끈한 국밥이나 표고버섯연근영양밥 같은 진한 감칠맛을 좋아할 나이, 서른. 이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표고버섯연근영양밥을 좋아하게 된 ‘나이 듦’ 만큼이나 많은 것이 변한 나의 이야기를 잠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글인데, 대충 여동생이 “사는 게 힘들다”라고 말하자 언니가 “서른이 되면 인생이 심플해지며 사는 게 안정된다”라고 답하는 글이었다. 스물아홉의 끝자락에 서있는 지금, 나는 이 말의 뜻을 비로소 이해한 것만 같다. 그 확신이 든 건 며칠 전 촬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얼마 전, 독백영상을 촬영할 일이 있었다. 이번에 촬영을 담당하시는 감독님과 내년에 단편영화 촬영이 예정되어 있어서 촬영이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밥을 먹다가 감독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저 믿으세요 감독님. 제가 책임지고 완벽하게 해낼게요”
누가 들으면 경솔해 보인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분명했다. 그저 나에 대한 믿음과 나에 대한 확신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예전에는 참 우습게도, 캐스팅이 될 때마다 감독님들께 꼭 하는 말이 있었다.
“저 왜 뽑으셨어요? 저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 아닌데”
지금 보면 참 어리고 또 어리석은 답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면서, 그렇게 사는 내내 늘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제야 나는 비로소 나를 알 것 같다.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나 스스로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끔 설명해 준 동시에, 또 그 ‘앎’에서 나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글 속 삼십 대 언니의 ‘심플’과 ‘안정’의 의미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나를 믿는다.
또한 알고 있다. 이 믿음이 또 언젠가는 흔들릴 것이라는 걸. 그러나 나는 이미 29년간 나 스스로와 촘촘하게 대화를 나눠왔기에, 내가 흔들릴 때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