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 휴식과 소품샵

무용함의 필요성

by 이 지음

"쉬는 법을 모르겠어. 그래서 일을 해"
라고 말하자, 듣던 친구가 말했다
"아니? 넌 쉬는 게 싫은 거야"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해졌다. 사실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너무 정확하게 꼬집어버려서.

쉼이 필요함을 알지만 쉬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하는 일들이 너무 재미있고 소중해서. 요즘 들어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교수님 앞에서 이제야 이 일이 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엉엉 울었다. 살아가는 매 순간에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꽤나 소중하다. 언제나 불태울 수는 없겠지만, 분명하다. 지금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지펴 뜨겁게 불태워야 할 순간이라는 걸. 하지만 나는 어김없이 사람이기에 지칠 때가 있다. 그래서 의식적 휴식이 필요하다. 마음이 체하지 않게 작은 버드나무잎 하나 띄워주는 것.

오늘은 서촌에 갔다. 위와 같은 이유다. 의식적 휴식이 필요했다.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소품샵 몇 군데를 들렀다.
고백하자면 난 소품샵에 가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마스킹테이프나 엽서, 특별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모양의 볼펜, 구태여 '없어도 되는 것'들에는 관심이 잘 가지 않았다. 합리성을 따지는 나에게 그런 소품샵에 있는 귀여운 것들은 그저 필요하지 않은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오늘 굳이 소품샵을 간 건, 그러니까 그 '없어도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그 무용함의 쓸모와 가치를 알게되서었다

이전에 지인에게 선물로, 모나미스토어에서 샀다며 ‘스페셜 에디션’ 볼펜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그 볼펜은 뭔가 모르게 특별했다. 노란색 바탕에 여러 무늬가 섞여 한눈에 봐도 ‘스페셜’함을 알 수 있었다. 나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는 수더분한 애정이 묻어있어서였는지, 아니면 그 볼펜 자체가 정말 '스페셜 에디션'이었던 만큼이나 특별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모르게 그 볼펜을 쓰는 내내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소품샵 투어를 결심한 건 이 볼펜이 시작이었다. 구태여 합리성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그저 귀엽고 예쁘다는 직관적 충동이 나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아서였다.

처음으로 내가 마음먹고 계획한 첫 소품샵 투어는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나는 그 사실이 기뻤다. 앞으로 내가 의식을 빼앗길 곳이 있는 무용한 것이 생겼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세상에는 그런 것이 있는 것이다. 수치화된 값이 매기는 가치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의 필요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의식을 빼앗을 수 있을 만큼 아찔한 것.

아 참,
나아가 이 말캉말캉해진 마음을 가지고 본가에 가기 전, 부모님께 드릴 빵을 몇 개 샀다


'굳이' 사진을 찍어보았다.
언젠가 내가 추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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