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편지(To. Viktor Lowenfeld)
2021년 11월 1일
시청에서
친애하는 로웬 펠드 님,
주말에 쓴 미술 영재아 교육 파트가 원인을 알 수 없지만(분명 제 실수 이겠지요?) 저장이 되지 않고 날아가버렸습니다. 너무 속상하더군요. 덕분에 저는 영재야 교육 파트를 4번째 읽게 되었고요.
저는 영재는 고사하고 평균에도 못 미치는 사람 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노력만이 살길 아니겠습니까?
기억을 더듬어 다시 작성해보겠습니다.
미술 영재아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2021년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시겠습니까?
흔들선 문:
로웬펠드 님과 저는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미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대전제로 언급하지만 영재아에 대한 논의를 제외할 수는 없습니다. 영재아에 대한 명확한 예시를 많이 들어보고 싶군요.
로웬펠드 답:
영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미학적인 미의 기준은 변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린이는 50년 후에 우리의 미적 취향의 변화에 책임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끔 우리는 미술에서 뛰어나지만 그리 총명하지 못한 어린이에 대하여 듣곤 합니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읽기, 쓰기, 셈하기 같은 과목에서 부진하고 발달이 늦은 것으로 지적되던 어린이가 미술에서는 옳거나 그른 답이 없어서인지 그런 좌절의 탈출구로 미술을 택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어린이는 같은 이유로 운동에 전념하기도 하죠. 어린이가 그림에서 만족을 얻고 그의 노력으로 인해 칭찬을 받는다면 확실히 그는 인정받으려고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자, 재능 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유치한 낙서를 보세요!”라고 말하면 이 교사는 분명히 미술에서 좋고 싫음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가졌으며 이것은 아동화를 평가하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교사가 좋아하는 것과 부모가 좋아하는 것에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고 50년 전 유행했던 것이 오늘날 미술분야에서는 뛰어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이지요. 조금 과도한 비교이지만 우리는 학교나 우체국이 그리스 신전처럼 만들어진 경우도 볼 수 있고, 그리스풍의 모티브들이 우리의 집을 장식할 수 있죠. 원시 아프리카 조각이 유행하면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되었다가 이내 유행이 식어 버리기도 하죠. 그러므로 지금 5학년 어린이들의 그림을 살펴보고 재능 있는 어린이를 골라낸다는 것은 힘든 일인지도 모릅니다.
미적 기준이 변한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면서 영재아에 대한 깊숙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로웬펠드 답:
10살까지 아동화에 대해 논의해볼 때 지능과 그림 사이에는 분명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 관계는 부분들의 유기적인 구성에서 보다는 세부에 대한 지각과 사고에서 훨씬 밀접합니다. 지적으로 영재아는 정상아보다는 일찍 난화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고 보통 어린이보다 빨리 계속 발달해 갑니다. 학교에서 보통 시행하는 지능검사는 어떤 미적 천부성을 알려주지 못합니다.
관찰력이 뛰어난 어린이는 자신의 창의적 표현을 통해 환경에 대한 지식을 보여줍니다. 부속품, 지렛대, 도르래 등의 기계의 조작에 관심이 있는 10살 어린이는 자신의 그림에 이런 관심을 표현합니다.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비행기에 대한 그이 설계에 많은 사고력과 계획이 다양한 버팀목의 결합과 날개의 조정으로 세밀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비행기에 대한 어른의 개념과 같지 않다고 해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미’와 별로 관련성이 없다 하더라도 각각의 어린이는 여기에 자신의 재능과 전력을 다 기울입니다. 어린이가 발달단계의 어느 위치에 있든지 간에 모든 어린이들은 무엇보다 각각의 개인들로 여겨져야 합니다.
그리고 영재아들은 어른들에게 이런 책임을 두 배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실지로 관심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해 매우 발달된 감수성은 그를 다른 학생과 다르게 보이도록 할 뿐 아니라 스스로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영재아를 옳게 평가하는 것이 이 사회에는 반드시 필요하며 교육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발달 특성에 맞는 것이 그런 개성을 지닌 어린이에게 반드시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집단에게는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영재아 에게는 적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매체와 과정이 그 어린이에게는 표현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어린이에게는 너무 작다고 생각되는 종이가 재능 있는 어린이에게는 특별한 표현에 적합한 이상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미적인 취지와는 별도로 영재아가 교육에 미치는 가장 큰 기여는 일반적인 것으로부터의 이탈입니다. 이런 이탈이 없으면 “크게 그리렴” “적절한 매체가 아니니까 크레용을 쓰지 마라” “종이 크기는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단다” 등과 같은 교육에서의 상투적인 말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영재아들의 행동과 말들은 우리가 다른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순수한 처방이며 학습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영재아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1. 영재아의 특성
1) 상상과 표현의 유창성
2) 고도로 발달된 감수성 (몇몇 영역에서, 특히 운동감, 공간감 등)
3) 직관적인 풍부한 상상력
4) 표현의 직접성
5) 주제와 매체에 대한 고도의 자아 동일화
그럼 1) 상상과 표현의 유창성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도판 83을 보십시오. 눈은 하나의 사건에서 또 다른 사건으로, 하나의 움직임에서 다른 움직임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이 그림은 심상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습니다. 전체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 한 양상에서 다른 양상으로 싸움이 전개되는 것처럼 물 흐르듯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이런 사고의 유창함은 창의적인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영재아는 보통 알려져 있는 것보다 유창성이 매우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런 표현의 자발성과 새로운 것을 계발하면서 주어진 상황을 이용하는 능력은 영재아의 그림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정지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심상은 연쇄사슬처럼 창의적인 과정으로 넓혀갑니다.
도판 84를 봅시다. 분명히 도망치는 러시아인을 먼저 그렸고 그 후에 추적을 시작하였습니다. 인디언이 러시아인 가까이 따라갔고, 다음 인디언은 다양한 움직임과 추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 후에 네 번째 인디언이 신속하게 세 번째 인디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보다 큰 도화지였다면 다른 인디언들이 동일한 심상의 유창성과 인디언에 대한 개념을 활용하여 동일한 유연성으로 계속 그려졌을 것입니다. 러시아인의 추적에 따른 인과적인 연속동작은 말이 따라오는 것과 부분적으로 겹쳐 있는 연필의 중첩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주제와 형태에 대한 변화하는 감응과 새로운 자극에 대한 계속적인 연쇄반응으로 상황을 만들어가는 뛰어난 창의력은 영재아를 판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미술가처럼 그는 우연이나 여러 기교의 성취를 계속 이용해갑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그런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도 그의 관심을 기법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돌리는 것은 자발적인 무의식적 접근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또 재료나 깁버에 대한 선입견도 수정해야 합니다. 영재아는 모두 거의 다른 재료로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자아 동일화와 함께 직관력을 가지고 연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수단인 것입니다.
2) 고도로 발달된 감수성 3) 풍부한 직관과 상상력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날 영재아 이모가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가던 길 배와 기차를 그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놀랍게도 아이는 자신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만 그릴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움직임과 리듬에 대한 감수성은 영재아 그림이 갖는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인 것입니다. 영재아에게 있어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감수성이 항상 동일하게 발달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특정 영역에 대한 감수성을 고도로 발달시키는 것이 영재아의 특징입니다.
달리는 말을 따라가는 개 도판 85의 그림을 보면 운동감 및 리듬은 물론 거의 제한되지 않은 연필선의 사용과 움직임의 구체화에 대한 감수성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의미 없거나 어떤 변화가 조화로운 관계를 방해하는 배경을 처리하는 그의 능력에 의해 이런 그림이 가능한 것이죠.
흔들선 답:
저는 로웬펠드 님의 영재아 관련 자료를 정신없이 따라 보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호흡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로웬펠드 님의 영재아 분석을 보면 무척 흥미롭긴 하지만 일반적인 학부모가 이와 유사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자녀를 보고 영재아라는 신화에 빠져 그림 이외 또는 그림에만 영재아의 특성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우려스러워요. 영재아 여부도 중요하지만 영재아 이 외의 특성에서 더 훌륭한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영재아가 되는 서사에 취하는 것 그것이 가장 위험해도 보이고요.
로웬펠드 답:
맞습니다. 제가 그래서 맨 앞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적 기준도 달라진다고 여러 번 강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재아의 특징을 정확히 짚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상상력은 직접적이든 연상적이든 단순히 사건을 회상하는 수단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상력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나 별자리의 존재를 만들어내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기 위한 매개물로도 사용됩니다. 이것이 모든 창의적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풍부한 직관적 상상력의 특성입니다. 도판 86을 보면 인물의 표현과 움직임 특히 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상징을 창조해낸 영재아의 뛰어난 창의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간에 존재하는 상징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에서 증명됩니다. 마치 그 자신이 창조자인 것처럼 당당한 자율성으로 공간을 창조해내고 있습니다. 기저선, 상징 등의 사용에서 보이는 재치 있는 직관력과 창의력을 보십시오.
특히 지나친 자극 없이 어린이의 공상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느냐에 대해 가끔 의문을 제기했던 답으로 공상은 직관적 상상력으로 표현되어 구체적인 형태로 바뀝니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재료로 옮기는 동안에 특별한 동기부여 없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런 커다란 성취 없이는 멈추지 않는 것이 영재아의 직관적 상상력의 특성입니다.
4) 표현이 직접성과 5) 고도의 자아 동일화를 살펴봅시다.
“나는 그리지 못해요”라고 자주 말하는 자신감이 부족한 어린이로부터 재능 있게 표현하는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교실 분위기를 이루는 반응의 범위는 광범위합니다. 나는 그리지 못한다는 말은 겉모습을 비슷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능력 부족이나 어린이의 기능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영재아가 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 만을 그림으로 그려요 라는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기본적인 경험이 없으면 그릴 수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그는 자신의 표현 욕구에 부응하는 경험이 있어야만 우리가 표현의 뛰어남을 인정하게 되는 그런 솔직하고 자신감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재아에게는 표현의 직접성과 자신감이 창작으로 이어지는 거죠.
또 주제와 고도로 자아 동일화되어있는 영재아는 매체에 대한 뛰어난 감각도 갖고 있죠. 연필은 거의 몸의 연장이 되어 있으므로 그것은 더 이상 몸과 분리된 도구가 아니라 몸의 일부입니다. 자신의 연필을 통해 생활하고 호흡하고 있는 느낌이죠.
2. 교육적인 적용
학급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그런 미술 영재아와 재능 없는 어린이의 차이는 매우 미미합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개별적인 관심도와 격려는 재능이 있고 없는 어린이 사이의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교사는 작업하는 그런 어린이들의 미술 능력을 계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는 미술에 재능 있는 어린이를 생각하면 보통 색칠하고 스케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어린이를 연상합니다. 그러나 전문 미술분야에서는 단지 소수의 미술가들만이 회화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건축가, 섬유 디자이너, 미술사가, 도예가, 교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각가, 광고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분명히 커다란 차이점이 있으며 여러 가지 물체와 나무토막으로 즐겁게 작업하고 있는 어린이도 잘 그릴 수 있는 어린이만큼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잠재적인 재능을 가진 각가의 어린이들로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재능이 있다, 없다고 어린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현재 어디에 있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개인적으로 어떤 취향과 취미를 갖고 있든지 간에 미술교육 철학의 진실한 기본 바탕을 각각의 어린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모든 창의력을 계발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관련 활동을 적어보겠습니다.
미술에 재능이 없어 보이는 한 어린이를 선정하십시오.
몇 달에 걸쳐서 그의 미술 행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봅시다. 그의 작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그를 격려하며 그이 표현상의 변화를 칭찬해줍시다. 그의 그림을 전시하고, 그가 그리는 방법과 그린 것을 당신이 즐긴다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재료를 탐색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그에게 미술가가 되고 싶은지 물어봅시다. 실험기간 후에 그의 작품을 이전의 작품과 비교해봅시다.
여전히 그 아이가 재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까?
흔들선 답:
오늘은 로웬펠드 님의 이야기 중간에 들어가고 싶지 않고 그냥 듣고 싶습니다.
한참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존경과 진심을 담아,
흔들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