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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선 Oct 23. 2021

청소년들과 '명암'으로 감각을 나누자는 로웬펠드

열한 번째 편지(To. Viktor Lowenfeld)

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자하문에서


친애하는 로웬펠드 님,


10월 11월은 제가 무척 바쁘답니다. 다양한 워크숍 및 프로젝트 등이 많은 계절이거든요. 로웬펠드 님은 어느 계절이 바쁘셨을까요? 연중 바쁘셨나요?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2021년은 먹거리로 넘쳐나서 체력을 보충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인데 1947년은 전 세계에서 풍족하게 먹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 속에서 그 시대의 글과 그림을 본답니다. 최근 어느 기자님을 통해 들은 윤중식 한국 작가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답니다. 전쟁통에 그린 마지막 스케치가 가족과의 생이별 장면의 기록화가 되었고, 그 스케치북을 가슴에 품고 죽은지도 모르고 들쳐 엎고 있던 아기와 함께 피란길에 있었다죠. 책 '살아남은 그림들'을 보면 먹먹한 이야기와 한국의 근대 그림이 다시 보인답니다.


워크숍 중인 흔들선 작가, 바쁘고 힘이 든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1947년을 떠올려보니 공간 자체의 아늑함에 힘들다는 말이 쑥 들어갑니다.

저는 로웬펠드 님이 아동미술 발달단계 연구 외에  조형요소와 원리를 쓴 파트를 무척 열심히 살펴보는 편입니다. 2021년까지 미쳐 제가 발견 못한 책들이 많겠지만 로웬펠드 님이 쓰신 조형요소와 원리는 따로 묶어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곰브리치를 넘어서는 책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올까요? 제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텐데요. 피곤함을 무릅쓰고요.


자, 그럼 명암 파트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11장 조형요소와 원리

3) 명암


로웬펠드 답:

미술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 명암입니다. 각 시대와 문화에서 명암의 의미 변화에만 기초로 미술사를 쓰면 가장 흥미롭게 쓰인 미술사의 한 부분도 될 것입니다.

명암의 사용은 다양한 창의적 개념을 나타낼 뿐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살펴보면 삶에 대한 다양한 태도와 그것들의 심리학적 의미와 관련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명암의 특성은 명암에 대한 개념을 넘어 심리학적 측면을 논해야 합니다. 여러 감상을 위해, 또 명암에 의하여 무엇인가를 명확히 표현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의식하지 못하고 상투적인 방법으로 명암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이해와 적절한 동기부여를 위해 중요합니다.


흔들선 답:

제가 로웬펠드 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279페이지에 나와있군요. 너무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미술에서 용어로만 존재하는 명암 즉 밝고 어두움의 개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명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를 적절한 방향으로 유도하며, 마음속의 이미지와 그것의 실제 표현 간의 불일치로 야기되는 학생의 불만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지점을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와닿습니다.


로웬펠드 답:

하나 더 신선한 이야기 해보면 명암은 시각이 발달한 사람 또는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표현 도구가 되겠지만 '시력이 없는 사람'은 '선으로만' 촉각적으로 대상을 인지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비시각적 촉각적 도구로서 명암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죠.

그래서 시각적 경험을 표현하려면 명암은 특정 대상뿐 아니라 배경도 역시 포함하게 됩니다. 이러한 표현은 자연과의 주관적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특징화하는데 명함을 사용한다는 것이죠.


흔들선 답:

명암은 미술에서 극적인 표현 도구로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관점을 뒤집어 놓으셨군요. 눈이 보이는 사람과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로웬펠드 님의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맹아와 약시 아를 연구한 로웬펠드 님의 연구가 미술사적으로 새로운 관점을 많이 제시할 수 있을 텐데 그에 대한 글이 많지 않더군요.

아무튼 명암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기에 해당되는 청소년들과 해볼 수 있는 것이 많겠어요. 이런 내용은 정말 흥분됩니다. 청소년기가 예술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기술과 대화가 가장 적합한 시기인데 하필 그때가 일반교육에 가장 매몰? 되는 시기이니 참 아이러니하고요. 하지만 틈새를 노려 고강도 교육안에서 그들의 마음과 내적 고민, 성장통 아니 성장의 즐거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명암을 사용해 드로잉을 한다거나 명암에 대해 다양한 이미지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정말로 좋을 것 같습니다.


로웬펠드 답:

맞습니다. 결국은 렘브란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명암을 통해 더 이상 자연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미술가 자신이 자유롭게 명암을 결정하는 것 이것을 해낸 사람이 렘브란트 죠. 어둠 속에서 깊은 감동을 전하는 빛과 무한고 절대적인 자유로운 명암의 표현, 자신의 직관적인 힘의 관계에서 선택적으로 사용한 명암이야말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러한 다양한 명암에 대한 이야기는 교육에서 명암은 특별한 의미에 따라 모두 다르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디자인에서 명암은 어떤 주제와도 관련되지 않고 디자인에서는 명암이 적절한 배열에 관심이 있을 수 있게 다루어 주고, 인상주의적 특성에 주로 관심을 갖는 학생에게 그의 정서적 반응에 관하여 설명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될 테죠.


창의적 에너지로 명암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조형요소로서 명암의 다양한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색채


로웬펠드 답:

눈을 매개체로 하여 시각적 지각에 따르는 묘사는 시각적이고, 그 묘사가 정서나 신체 반응의 결과일 때는 촉각적입니다. 두 관계는 시대와 문화와 미술가의 개성에 따라 일반적이고 분명하거나 개인적이고 감각적일 수 있습니다. 그레이브스 <색채의 특징과 상징>에 대한 책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수천 명의 사람을 연구한 결과 색의 선호도는 빨강, 파랑, 보라, 녹색, 오렌지, 노란색이라고 합니다.


흔들선 답:

엇! 저는 남색과 검은색을 선호하는걸요!


로웬펠드 답:

네!! 바로 그 지점입니다. 수천 명에 근거한 자료라 하더라도 꼭 가르쳐야 할 만한 일반적인 타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시각적 집단보다는 촉각적인 집단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노란색은 중국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의 기독교에서도 신성한 색으로 여겨져 왔어요. 한편 그 색은 배신과 기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죠.... 10세기의 프랑스에서는 감옥의 문을 노란색으로 칠했고, 유다르 ㄹ노란 옷을 입은 것으로 그렸습니다. 오늘날 노랑은 망나니, 비겁한 짓으로 표현되기 도하고요 노란색 하나만 보더라도 그 자체로 불쾌하기도 또는 다른 색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매우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레이브스의 말 중>

그러므로 색이라는 것이 시대와 문화, 미술가의 개성, 전체 구성안에서의 색채 관계를 논해야 되는 것이지요.


5) 통일


흔들선 문:

색채 이야기를 하루 종일 하고 싶지만 이 정도로 마쳐야겠어요. 뒷부분 미술 영재아 교육이 궁금해 죽겠거든요.

색 이야기는 최근 안그라픽스에서 출판된 색을 불러낸 사람들 및 더 시크릿 리브즈 오브 컬러라는 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참, 괴테의 색채론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것은 tmi지만 저는 로웬펠드 님만큼이나 괴테의 색채론을 좋아합니다. 아직 다 읽진 못했어요. 그렇게 좋아하는데 그런 연구자료는 평생에 걸쳐 읽어내야 하는 책 같거든요. 한국에서는 문은배 교수님의 책들이 색채연구 및 한국의 색을 공부하기에 무척 좋습니다.


로웬펠드 답:

조형의 목적은 모든 조형요소가 하나의 통일된 양식으로 조화되는 것,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치판단과 연결된 요소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면 단순히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죠. 각 요소의 변주와 통일감의 변화가 작품으로서의 매력을 이끌어 내죠.


통일감이라는 것이 전체에 해를 주지 않고서는 변화되지 않는 가장 유기적이고 최소한의 형태를 이러한 구성의 통일로 인식한다면 학생들에게 조화로운 통합을 이끌어 내도록 도와주는 중요장치로 작용할  있습니다.


흔들선 답:

오늘날의 현대의 미술은 단순히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에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진부하게 보는데 저는 그 또한 맞지 않다 생각합니다. 통일감이라는 대전제는 각자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양식을 자신만의 통일감으로 즐거움과 불편함을 이끌어 내는 조합의 결과물이란 생각을 합니다.

현대의 미술 그리고 동시대 미술에 대한 내용은 차차 더  들어 보겠습니다.


2. 소비자를 위한 미학


로웬펠드 답:

시블레이의 이야기를 빌어볼까 합니다. "의심할 바 없이 미적 특성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반응하는 능력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와 선생님들과 접촉함으로써 세련되고 발달된다는 사실이다"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서로 다른 종류의 미술이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좀 더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만.


분명히 우리가 가정, 제도, 공장, 공원 등을 선택하면서 사회적, 현실적인 사항들을 고려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갖고 있는 형태, 도시 재개발 계획의 특성, 금권 선거 등은 미적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미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계속 직면해오는 잘못된 것들을 주의 깊고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술을 함으로써 인간이 만든 것들과 인격에 건전함과 진리를 가져올 수 있으려면 미적 교육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존경과 진심을 담아,

흔들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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