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디아 Jan 06. 2022

그림책 읽는 엄마

#그림책#그림책테라피#홍철책빵#하고싶은거다하thㅔ요



요즘 남편이 내가 무섭다고 할 정도로 하고 있는 방탄덕질 말고 또 하나 깊이 파는 덕질이 있다.

바로 ‘그림책’이다. 


용산구 갈월동 홍철책빵



청파동에 이사갔을 때 건너편 가까운 갈월동에 홍철책빵이 있었다. 연예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동네 서점+베이커리 가게이다. 책과 예쁜 공간을 좋아하고, 하고싶은 것 다하고 사는 노홍철의 자유분방함을 좋아했기에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마음먹고 여길 방문했었다.

 




그 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스위스의 한 샤텔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도 있었고,

2층엔 비록 기이한 인테리어로 날 당황하게 했지만, 향긋한 빵굽는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세팅된 베이커리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죽치고 앉아서 밤새도록 책만 읽고 싶도록 만드는 아늑한 공간도 있었다.

그런데 여러 공간 중 내가 가장 오래 머물러 있었던 방은 바로 그림책이 있는 방이었다.

당시만해도 그림책은 무언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책이었다.

쉬워보이면서도 어려운, 단순해보이면서도 깊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될 줄은 이때만해도 전혀 몰랐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백희나 작가님의 책들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와 제목의 다양한 그림책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노홍철 참 특이하다. 마음이 순수해서 그림책을 읽는건가’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레몬 마들렌과 라떼를 사들고 나왔는데, 포장지에 그려진 노홍철님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하고 싶은 거 하thㅔ요."


당시 서울로 다시 돌아와 독박육아로 한창 찌들려있었을때라 그런지 별것 아닌 것 같은 저 문장이 한동안 머릿속을 차지했다. 그리고 생각했었다.



하고 싶은거 하는거 말은 쉽지.. 그게 말처럼 쉽나.


 그 후 그림책 테라피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온라인 모임 그림책테라피 모임에 참여 한 이후로 그림책은 더이상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었다. 지난 2년간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은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서도 아닌 그림책이었다. (성경을 제외하고)


 지난 시간 아이들을 양육하며 많은 책들을 읽어주면서도 그 그림책이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왜 생각도 못했을까. 그림책은 곧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만 연관지어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많은 고정관념 속에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탄의 노래를 들으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데 많은 용기를 얻고 위로가 되었었다. (지금도 여전히...)  예전에는 멜로디가 좋고 분위기와 리듬이 내 마음에 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노래를 작곡한 작곡가의 삶이 녹아진 진정성있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마음 깊이 긴 여운을 남긴다. 가사와 작곡가의 삶이 거울이 되어 나 자신을 비추어보는 과정을 통해 나의 마음을 돌아보고 내면을 치유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림책도 그렇다. 그림책을 쓴 작가의 삶 또는 그림책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나를 보게 된다. 때로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때로는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때론 숨겨놓은 나의 면면을 직면하기도 한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소름끼치도록 나 자신을 직면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치부를 들킨것 마냥 부끄럽고 숨고 싶은 나 자신을 만날 때면 그림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사실 그 시간은 내 속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었다.





  



<프레드릭>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엠마> 와 <점>을 읽으면서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지하정원>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리디아의 정원>을 읽으면서 소망을 발견하였고

<행복한 청소부>를 읽으면서 삶의 방향성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그림책들을 읽으면서 육아의 방향성도 많이 달라졌다.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바뀌지 않았던 나의 잘못된 육아방식들은 그림책이라는 좋은 스승을 만나 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림책을 통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기다려주는 좋은 엄마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좋은 어른,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되었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나의 덕질은 다행히도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이끌어가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었고,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도록 만들어주었고, 또 내 주변을 돌아보도록 만들어주었다.


앞으로 나의 그림책 덕질은 더 깊고  넓게 확장될 것 같다.

이 덕질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줄 것인지 확실히 알 수 는 없지만, 나를 더 나 답게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향으로 나를 데려가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노홍철이 말한 "하고 싶은거 하th세요" 라는 말에,

이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네, 그럼요!”



작년 12월 브런치작가로 주어진 카드명함을 브런치로 부터 받았다. 글쓰는게 좋아서 글을 썼을 뿐인데 작가가 되었다. 이처럼 그림책을 좋아하는 내 앞에  붙어진 다른 또다른 명칭을 기대하고 있다.


그림책테라피스트, 그림책 작가 홍유.

언젠가는 덕업일치하는 순간이 오길 ...

작가의 이전글 덕밍아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