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배란주기라 그런지 마음이 가라앉았다.
난 항상 재밌는 일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우울한 것 까진 아닌데 기분이 별로였다.
요즘 인스타를 잘 하지 않는다.
뭐랄까.
내 마음을 들뜨게하는 것들의 온상에서
거리를 두고 싶었다.
모처럼 아이들을 모두 등교•등원 시키고,
어제 다 못본 그래미 비하인드를 마저보려고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알고리즘의 토끼굴에 빠졌다.
시골집을 고쳐서 예쁘게 사는 사람들
예쁜 랜선 룸투어
세련되고 키치한 일상 브이로그
미니멀 라이프의 정석들
대단한 살림꾼들
여행이 곧 삶인 사람들
왜 나는 예쁘고 멋드러지게 편집된 영상들을 보고
기분이 가라앉는 걸까?
영상들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의지가 없어서 부자가 못되는 건가
우리 남편은 왜 이리 나랑 다를까
왜 이렇게 내 인생은 특별할게 없고 무료할까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고 싶다.
시골에서 집 짓고 살고 싶고
하고 싶은 여행 다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싶다.
… 저들이 누리는 모든 것을 왜 나는 누릴 수 없는거지?
그 순간 만큼은 결혼이라는게 엄마라는게
굴레처럼 느껴질 뿐이다.
순간 정신이 차려졌다.
이건 아니지.
내 삶은 내 삶으로 가치가 있는거지.
유튜브 창을 닫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컴퓨터 방을 도망치듯 나왔다.
냉장고를 뒤적이다 냉동실에서 피자를 꺼내 데우고
요거트에 올리고당을 듬뿍 뿌리고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결국 나의 숨통이 트이게 하는 것은 책이었다.
피자를 요거트에 찍어먹으면서 생각했다.
“우리 남편이 아빠랑 다른게 참 다행이야.”
자유분방한 나는 가끔 길을 잃는다.
그리고 몹시 불안해한다.
중학생때 책임감을 못견디고 집 나간 아빠는
자유를 위해 내 곁을 떠났었다.
나는 안다.
내가 자유를 갈망하는거
보헤미안 같은 이 기질이
결국 아빠의 자식이기 때문인걸.
피는 못 속인다고 하지.
하지만 나는 지켜야할 가정이 있고
돌봐야할 자녀들이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기에
지금 내가 해야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한다.
나는 아빠랑 다르니까.
만약 남편이 아빠 같은 사람이었다면
나는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무책임한 삶은 다른 이들을 삶도 힘들게 하니까.
늘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길을 걷는 남편은 언제나 나에게 귀감이 된다.
무엇보다 가정이 우선인 남편이 고맙다.
남편이 있어서 내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떠다니지않고
내 두 발을 현실 위에,
대한민국 서울 용산구 효창동 땅 위에 두고 살 수 있다.
언젠가 바람 빠지며 피슝-
공중에 잠시 떠다니다 가라앉는 풍선이 아니라,
날개짓하여 목적을 향해가는 훨훨 나는 새처럼
자유를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