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쓰기
395번 국도는 굉장히 길었다.
도로가 늘어지고 핸드폰도 뜨거워질 만큼 뜨겁기도 했다.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이 뜨거운 광야에서 어디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이래서, 세상은 경이로운 거야."
언제부터인가 존은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둔 채 달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기름을 오래 쓰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일상을 벗어나 달리고 있는 지금을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30분이 넘도록 듣고 있는 노래도 지겹지 않을 만큼 가슴속엔 새로운 희망이 차오르고 있었다.
오, 이 세상에서,
나는 지금 당신을 보고 있어요.
그대의 침묵 속에 길을 잃었죠.
당신 곁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예요.
이 세상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아요.
낮이 가면 언제나 밤이 찾아오고
또 하루가 밝아올 거예요.
오, 이 세상에서.
"솔직히, 잘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네 결혼을 반대했었잖니? 이참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서 다시 만나 봐. 남자든 여자든 능력만 있으면 이혼은 흠도 아냐."
어머니의 말씀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담백하지만 강한 어조로 아들을 책망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울리는 사람이라.
나는 그저 사랑에 실패한 사람일 뿐이에요.
존은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고백했다.
물론, 속마음으로만 말했다.
도저히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었다.
지미 폰타나의 'Il mondo'가 다시 한번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이 휴가가 끝나면 한 번은 반드시 선 자리에 나가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는 남이 된 아내에게 원하는 대로 계산을 해준 덕분인지 그녀에 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하기도 하였다.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고.
띠링.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났다.
박민주 팀장이었다.
여행은 잘하고 계세요?
어디쯤인지 너무 궁금해요!
근데 거기에서도 보이스톡은 되죠?
존은 내비게이션을 한 번 더 확인했다.
23km만 더 가면 카슨 시티였다.
그곳에 도착해서 답장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아직 연락이 없는 다른 여자를 생각했다.
시차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존은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여러 번 고민한 끝에 문자를 보냈다.
먼 곳으로 여행을 왔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지나 씨, 술 생각나지 않아요?"
"안 그래도, 친구랑 이미 마시고 있었죠! 크크"
이상하게 그 대답을 읽은 순간 아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은 19시가 아직 안 됐겠구나.
그냥, 여행 이야기를 바로 할 걸 그랬나.
존은 지갑을 들고 호텔 밖을 나섰다.
술을 사러 편의점에 다녀올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