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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Sep 27. 2023

운동할 결심, 가족을 끌어들이다

걷고 뛰는 수영하는 스포츠 가족

새삼스럽게 걷기의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뭔가 하나 더 나아간 동기부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의 끝은 '가족'이었다. 가족과 함께 걷는다면 혼자할 때보다 나약한 마음을 덜 갖게 되고, 추억을 쌓아가며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이른바 '1석 다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떠올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포츠 가족'이다.

음주와 폭식에 찌들어서 그렇지, 나 또한 자타공인 스포츠 마니아다. 특히 보는 것보다 하는 걸 좋아한다.

걷기, 달리기는 생소하지만, 어렸을 때는 축구, 농구를 즐겼고, 성인이 돼선 골프, 테니스, 수영을 즐겨 했다.

문제는 운동량에 비해 음주와 폭식의 정도가 훠얼씬 컸다는 것.


스포츠 마니아로서 나중에 애를 낳으면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을 많이 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쌍둥이 아들이 태어나면서 그 생각은 현실이 됐다.


남들 다 다니는 태권도를 시작으로 아이들에게 수영, 테니스, 골프, 스키를 가르쳤다. 고맙게도, 그리고 다행히 아이들도 운동을 하고 보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 초등학교 4학년인 현재 태권도는 2품이고, 수영은 바다에서도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골프는 나와 와이프,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도 필드에서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어떤 종목도 선수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는 데 약간의 자부심도 느낀다.


걷기의 매력을 느끼면서 우연히 '서울 둘레길'이란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사빠' 스타일인 나는 또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8개 코스이지만, 세부 코스로 나누면 28개가 되고, 한 코스당 3시간 안팎이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몇몇 코스가 쉽지 않지만 어르신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코스가 대부분이라는 것 등등 합리화할 요소를 끌어모았다. 가족의 동의에 앞서 서울시청에 가서 스탬프를 찍는 종이도 잔뜩 들고 왔다.


그리고 아이들과 와이프를 끌어들였다. "우리 주말에 짬을 내서 걸어보자." 와이프는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걷기는 딱 봐도 재미없어 보이지 않는가. 역시나 뜨뜨미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히든 카드를 내밀었다. 서울 둘레길은 21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완주가 인증되는 구조라는 점을 설명하고, "우리 스탬프 다 모으면 소원 들어주기하자"고 꾀었다.


아이들도 결국 아빠의 꾐에 넘어왔다. 우리는 그렇게 2023년 8월 20일 처음으로 둘레길 정복을 시작했다. 다같이 아울렛에서 산 나이키 트레일러닝화를 신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었다. 이 글을 쓰는 2023년 9월 27일 현재 3차례 걷기에 나서 6개의 스탬프를 찍었다. 의외로 서울 걷기 코스가 잘 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무엇보다 좋은 풍광을 보면서 가족이 함께 이야기 나누고 걷는 게 좋았다. 

서울둘레길 걷기 첫 코스로 택한 광나루역에서 고덕역까지 코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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