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J Oct 11. 2023

장비병, 이번엔 통했다

러너의 필수품이라는 가민, 현재까진 돈값 하는 중

장비병 환자인 나.

걷기, 달리기를 하며 온갖 장비 검색에 나섰다.

특히 러너들의 유튜버, 블로그 등을 보던 중 어김없이 나오는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워치. 그 중에서도 '가민' 제품이었다.


가민은 내게 낯설지 않은 브랜드다. 다만 스마트워치로 알았던 건 아니다.

10여년 전 베를린에서 단기 특파원으로 생활할 때다. 그땐 네비게이션 앱이 일반화되기 전이었다. 출장을 다니기 위해선 네비게이션이 필수였다. 그래서 200만원 주고 산 푸조 중고차에 네비게이션을 구입해서 설치했는데, 그때 샀던 네비게이션 브랜드가 가민이었다.


가민은 GPS 전문 브랜드로 잘 알려져있다. 네비게이션 이후 나와는 인연이 닿을 것 같지 않았던 가민이 또 다시 나와 조우했다. 이번엔 네비게이션이 아닌 '운동용'으로 말이다. 이전에 가민 네비게이션은 근처 마트 가서 눈에 띄는 걸 바로 구입했다면 가민 스마트워치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순토 브랜드와 경합 끝에 가민이 승리했고, 제품은 129만원짜리 피닉스7 프로로 정했다.


사실 피닉스7 프로는 내 상황에 비쳐봤을 때 어찌보면 말도 안 되는 '오버스펙'을 갖고 있다. 수영, 골프, 테니스를 찔끔찔끔하고 여기에 달리기를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 먹은' 게 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 손목에는 이미 갤럭시 워치4가 착용돼 있었다.


매일밤 가민 홈페이지와 사람들의 리뷰 등을 보며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그냥 제일 좋은 걸로 사."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장비병 환자인 남편이, '가성비'나 '가격'을 따져서 뭔가를 구입하면 결국 구입하는 아이템의 수만 늘어난다는 것을...그렇게 피닉스7 프로가 내 품에 들어왔다.


역시나 피닉스7 프로는 기능이 너무너무 많았다. 사실 지금도 그 기능의 정말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만족도는 100점이다.


우선 비싼 값을 주고 구입했기에 와이프 눈치도 보이고 해서 운동을 안 할 수가 없다.

작심삼일을 했다간 다음 장비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치료제를 구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뒤따른다.

운동을 한 뒤 가민 앱의 통계를 인스타그램에 매일 올리는 소소한 일도 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로' 가민의 기능이 쏠쏠하다. 물론 기본적인 페이스, 시간, 거리 등은 지금은 어디 집구석에 쳐박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갤럭시워치에도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보여주는 '모닝 리포트'는 정말 일품이다. 특히 내 몸 상태를 귀신같이 파악한다. 이를테면 어제 과음을 하고 잠을 잤는데, 정확히 파악해낸다. 이런 식이다. "충분히 오래 수면을 취했으나 밤 동안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오늘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거나 피로를 느낄 것입니다." 가민님의 말대로 난 오늘 피로를 많이 느꼈다.


장비병은 극심하지만, 기계에는 큰 관심이 없는 나인데 가민은 가지고 놀기에 정말 재밌다. 고수들은 나중에 페이스, 시간 등에 얽매이지 않고 운동을 한다고 하던데, 아직 초보인 내게 가민은 유익한 건강 동반자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뛸 때 계속 가민을 쳐다보고, 페이스를 체크하면서 포기할뻔한 순간에도 조금씩 더 뛰고 있다고 '자위'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앱 추천'을 할 줄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