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뵙지 못했던 숙모 소식을 들었다.
숙모는 지난해 마지막 달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없는 집 막내아들에게 시집와서 그 시절 여인과는 달리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던 모습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숙모였다.
"나는 이렇게 죽을 수 없습니다. 내가 왜, 왜, 이런 몹쓸 병에 걸려야 합니까. 화나고 너무 억울해서 나는 이렇게 못 갑니다!"
숙모는 엄마와 통화 중에 오열했다고 한다, 담배도 술도 못 하던 양반인데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는지, 나도 울컥 가슴이 아렸다. 무능하고 병약한 삼촌 때문에 당당하고 거침없던 젊은 숙모는 이제 겨우 70을 넘겼는데, 이제 살만해졌는데, 운명은 화살처럼 과녁에 집중했다.
비 오는 월요일 범어사, 오늘은 바람도 몹시 불고 날씨도 차가웠다. 등나무꽃도 비를 흠뻑 맞고 주르륵 피는 범어사 대웅전에서 무릎이 아프도록 절을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고 너무 서럽고 안타깝고 아파서 절을 멈추고 두 손을 모으고 앉았다.
나무관세음보살......나무관세는보살! 나무관짜는보살!
나는 울면서 기도 했고 기도 하면서 울었지만, 부처님은 범어사에 계시지 않았다.
봄꽃 보러 가셨을까?
이쁜 것들만 쓰다듬으러 가셨을까?
" 숙모님, 힘내세요. 숙모님의 거룩한 삶을 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