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동안 만난 인연과 경험들
• 장르: 수업
• 역할: 학생
• 주제: 독립출판물 제작
• 기간: 주 1회, 총 10주 과정
• 비용: 무료 (지원사업)
• 만족도: 10/10
• 내용: 수강비 무료, 탄탄한 커리큘럼, '작가 이진' 역사의 시작, 이후에도 활발한 연계 활동 지속
올해 초에 사주 할머니가 말했다. "너 2022년까지 되게 힘들었어. 근데 23년부터 풀렸네. 풀렸어." 그 힘들었던 과도기에 먹구름을 걷어준 것이 바로 청년학교 인연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책 만드는 사람이자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애초에 수강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학교 졸업을 목전에 둔 시기라 시간도 넉넉했고, 그동안 브런치로 차곡차곡 쌓아온 100편가량의 글도 있었다. 내게는 책 만들기에 준하는 모든 재료가 있었다. 시간적으로도, 콘텐츠적으로도 완벽히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궁극적으로 무료 수강이라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았다. 거기다 도전할 용기 한 스푼만 넣으면 끝. 그렇게 10주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수강했고, 과제도 열심히 제출해서 결국 책 한 권을 만들어냈다. 그게 나의 첫 책 <뜻밖의 글쓰기 여정>이다.
청년학교 선생님들이 종강 기념으로 만들어 준 책을 샘플북 삼아 두 번째 도전을 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으로 무자본 독립출판을 해보자는 것. 하나의 시도가 또 다른 시도로 연결되는 긍정적인 연쇄작용이었다.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 청년학교 동료들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나는 약 100만 원가량의 후원금을 모았다. 돈을 쪼개고 쪼개 책과 노트를 제작했고, 약 1년 만에 1쇄 100권을 완판 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다음 도전의 씨앗이 되었다.
• 장르: 공동체
• 역할: 작가
• 주제: 시민들과 책 문화 나누기, 책 관련 행사 기획・운영
• 기간: 약 8~10개월 과정
• 비용: 활동비 무료 (지원사업) +a (인력)
• 만족도: 9/10
• 내용: 청년학교 연계 모임, 희로애락이 담긴 공동체 생활, 첫 북페어 경험, 북토크 및 북전시 기획・운영, 야외 부스 행사 기획・운영 등
이전 2022 청년학교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웠다. 물론 처음인지라 배울 것이 많아 힘들었지만, 내 옆자리 동료들과 함께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그리고 각자 나름의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은 멋진 경험이었다. 선생님들도 새로운 것을 열의 있게 배우는 학생들을 보고 많은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청년학교가 마무리되고 그다음 해, 두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나를 포함한 열정 넘치는 몇몇 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작당모의를 시작했다. 지역발전을 주제로 하는 ‘청년 공동체 지원사업’이 요지였다. 나는 청년학교에서 만난 인연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달콤함도 잠시, ‘청년 공동체 지원사업’은 이전에 경험했던 청년학교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청년학교는 두 선생님들이 주체가 되었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업 관리에서 한 발 물러나있었다. 즉, 나를 포함한 학생들은 청년학교의 수혜자 입장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산청년작가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만난 우리는 달랐다. 선생과 제자가 아닌, 작가 동료로서 새로운 관계 맺기가 필요했다. 이제 모두가 지원사업의 ‘주체’였기 때문이다.
스승과 제자 관계가 제대로 와해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는 서로의 책임 소재에 대해 허둥댔다. ‘공동체’라는 평등한 운동장인데도 책임 소재는 두 선생님들에게로 기울어져있었고, 그렇다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스승과 제자 관계로 형성되어 있으니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는 소통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너무 미시적인 것(사업 집행 과정)에만 집중했던 건 아닐까 아쉽기도 하다. 어떻게든 우리의 기획이 선정되어 금전적 지원을 받은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전에 우선되어야 할 것은 공동체 그 자체였다. 서로의 존재, 동료의 존재에 소중함을 느끼는 게 먼저였다.
지원사업으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마음을 애먼 데 쓴 것은 아니었나 홀로 돌이켜본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건 바로 우리가 함께하길 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는 앞으로 누군가와 함께 팀을 이루어 지원사업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웠다. 우리의 인연이 고작 한 철 지원사업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일이다. 지원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연, 즉 내 곁의 사람 그 자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함께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 장르: 수업, 모임
• 역할: 교육자, 작가
• 주제: 글쓰기
• 기간: 주 1회, 총 8주 과정
• 비용: 수강생 참가비 4만 원 (+ 지원사업비 500만 원)
• 만족도: 10/10
• 내용: 글쓰기 교육자 본격 데뷔, 잘하는 일 + 좋아하는 일 + 세상에 필요한 일 = 완벽한 삼박자 균형, 엇쓰기 파트너들과의 끈끈한 유대 및 즐거움, 이후 두 번째 책의 주제가 된 경험
엇쓰기 모임을 떠올리자면, 정말 다양한 추억이 복합적으로 엉겨든다. 지원사업 신청서를 작성하며 느낀 열의, 합격 통보 전화를 받았던 때의 감격과 약간의 두려움, 모든 사적인 약속을 취소하며 초고도 집중력으로 만들어냈던 매주 자료와 n번의 강의 리허설, 수업이 열리는 목요일마다 치렀던 기진맥진 대청소까지... 그렇게 열정적으로 준비한 엇쓰기 모임에서 만난 여섯 명의 파트너들과 엮어낸 연결의 순간순간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 동기는 ‘돈’이었다. 지원사업금이 500만 원이라니! 사업의 요지는 지역문화도시 활성화로 골목마다 학교를 만들어내 보자는 기획이었다. 나는 돈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등에 업은 채로, 그간 그려왔던 꿈을 펼칠 때가 왔다는 걸 느꼈다. 지난 7년 간 혼자서만 즐기던 글쓰기를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꿈이었다.
꿈은 현실이 되었다. 아니, 꿈보다도 더 황홀한 현실이었다. 엇쓰기 모임 파트너들은 나의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함께'라는 꿈에 더욱 다채로운 색을 입혀주었다. 우리는 함께 읽고, 쓰고, 울고, 웃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엇쓰기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나는 정말로 천직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 감격과 기쁨은 어찌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으리라. 다만 딱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오프라인에 들어가는 품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혼자 기획하고, 운영하고, 스튜디오를 청소하고, 손님맞이에다가, 수업 피드백을 위한 영상 촬영, 아카이빙까지 도맡다 보니 나는 거의 몸이 세 개인 사람처럼 움직였다. 그렇게 나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으로 펼쳐가며 이에 따라 배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다소 지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도 나는 부지런히 탐색 중이다. 글쓰기 교육자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가장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을. 그래서 내년부터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자 기획 중이다.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면 이동도 필요 없고, 녹화도 자동으로 가능하니 아카이빙 하기도 편하다. 나만의 공간에서 글 쓰는 시간이 갖는 편안함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방방곡곡의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온라인으로 여는 글쓰기 모임은 처음이기에 결과는 전혀 예상하기가 어렵지만, 이것저것 상상해 볼수록 기대감은 커진다. 혹시, 이 글의 독자 분들 중에서도 온라인 기반 글쓰기 모임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블로그를 참고해 주시길!
⊹ 나를 돌보는 1주 1질문, <나다움 글쓰기 모임> 2025년 1월 멤버를 모집합니다. (참여비 무료!)
→ https://m.blog.naver.com/leejinand/223691204339
• 장르: 모임
• 역할: 작가
• 주제: 영화, 글쓰기
• 기간: 총 9주 과정 (온라인 인증형 모임 + 오프라인 만남 4회 포함)
• 비용: 참가비 약 20만 원
• 만족도: 9/10
• 내용: 독립책방 사장님과 첫 컬래버레이션, 우당탕탕 시행착오가 많았던 협업 과정,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경험, 나의 업무 선호도를 확립한 계기
감사하게도 지역의 독립책방 사장님께서 먼저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해주셨다. 책방에서 온라인으로 운영하던 글쓰기 모임에, 네 번의 오프라인 만남을 더한 프로그램이었다. 영화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당시 나는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작업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네 번의 오프라인 모임 장소도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첫 회의에서부터 인원 모집까지 '인사이드 라이팅 클럽'은 순풍을 탄 듯 흘러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과정에서 점점 무언가 하나씩 삐그덕 댔다.
첫 번째로 글쓰기 방식에서의 차이였다. 나는 이전에 엇쓰기 모임을 하던 습관으로 노트에 직접 글 쓰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엇쓰기는 노트에 손으로 직접 글을 써서 나를 빼고는 글을 아무도 볼 수 없는 특징이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보는 사람이 없으니 내면에서 흘러들어오는 말들에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이었다. 반면 책방에서 운영하던 글쓰기 프로그램은 개방된 온라인 문서를 기반으로 했다. 그때그때 동료들의 글을 보고 댓글을 달 수도 있었다. 즉 글쓰기를 접근하는 방식에서 본질적으로 방향성이 달랐다.
이외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책방 사장님과 둘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서로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내게는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동안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방식으로 일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많았다.
나는 이 협업을 계기로 완벽히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나만의 방식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낸다는 걸. 엇쓰기 모임 당시 기획도, 운영도, 관리도 혼자 다 해내느라 지치기는 했지만, 그런 부침을 감수하더라도 나는 과정의 결정권자일 때 만족도가 높은 사람이었다. 결정도 내가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내가 지는 걸 선호했다.
⊹ 나다움을 배우는 '나다움 교육 커뮤니티'를 구상하고, 실험하고, 경험하며 느낀 인사이트를 씁니다.
⊹ 매주 목요일 업로드
1화 ⊹ 너와 나는 우리가 될 수 있을까
2화 ⊹ 오픈채팅방에서 고민상담을 한다고?
3화 ⊹ 나의 모든 성장엔 사람이 있었다
4화 ⊹ 경험, 회고, 레츠고 (현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