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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나무 Aug 19. 2022

어른에게 권하는 그림책 3

<인생은 지금>, <백살공주 꽃대할배>

인생은 지금 Now or Never

                        -다비드 칼리 글/ 세실리아 페리 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백살공주 꽃대할배

                                                  -박일례 글 그림/ 출판놀이-   

  

‘백살공주 꽃대할배’ 제목을 보면 백설공주, 뱃살, 꼰대, 꽃보다 할배 같은 말들이 떠오르면서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실제로 책장을 넘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느껴진다.      

종일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는 서로 다른 기억 속에서도 알콩달콩, 티키타카를 하면서 지낸다. 특별한 일이 없는 늘 그렇고 그런 일상이지만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오래 살고 볼 일도 생긴다. 그러다가 글이 없는 마지막 일곱 쪽은 아무래도 독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반전의 장면인 것 같다. 산책을 나선 할머니가 앞장서 가는데, 점점 더 멀어지는 모습.     

여러 명이 함께 책을 읽으면 다양한 해석이 내려질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도 정답은 없을 것이고, 저마다의 경험과 느낌에 따른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그림책을 쓰고 그린 박일례 작가는 2021년 이 책을 출판할 때 이런 말을 했다. 

“겨울을 예순다섯 번 떠나보냈다. 그 사이 할머니가 되어 머리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잡지도 막지도 못하는 나이 타령 그만두고, 글과 그림을 갖고 놀다 보니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졌다. 내 이름으로 이 나이에 해낸 것이 있어 기쁘다. 그리고 미안하고 고맙다. 인생 후반전 마음 부자로 지내게 되어 참 다행이다.”    

 

다비드 칼리가 쓰고, 세실리아 페리가 그린 그림책 ‘인생은 지금’에도 노부부가 나온다. 은퇴를 한 할아버지는 이제 마음대로 살 수 있다며 아내에게 이런저런 일을 제안하지만, 아내는 늘 이러쿵저러쿵 핑계를 댄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설득한다. “인생은 지금이라니까.”라고. 결국 마지막 장면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바이크를 모는 할머니와 뒷자리에서 할머니 허리를 잡고 긴 스카프를 날리며 환히 웃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두 그림책 모두 표지 그림에 노부부가 등장한다. 그런데 책 제목을 사이에 두고 부부를 갈라놓았다. 인물들을 오려서 좌우 위치를 바꾼다면 어떤 그림이 될까? ‘인생은 지금’에 나오는 부부는 포옹하는 그림이 되고, ‘백살공주 꽃대할배’는 열정적으로 고고춤을 추는 모습이 된다.     

함께 살면서 서로를 잘 아는 거 같으면서도 여전히 다른 부부. 티격태격하다가도 쿵작을 맞추기도 하는 부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위로일 수도 어려움일 수도 있는 우리 인생.      

노인들이 주인공인 이런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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