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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라의 보험세계 Feb 15. 2024

치매환자 가족의 연말정산 세액공제용 장애인증명서


주말에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시댁에는 팔순 넘으신 어머님 혼자 계세요.

초기 알츠하이머이시고 장기요양등급 5등급 받으셨지요. 


장기요양등급(건강보험공단에서 주는 거에요) 지원으로 주중에는 데이케어센터라고 불리우는 노치원에 매일 출퇴근하고 계십니다. 주기적인 일상활동이 얼마나 소중하고 생명력 넘치는 행위인지 매일 깨닫습니다. 


월, 화, 수, 목, 금요일. 

매일 오전에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외출을 하는 행동 그 모든 것들이 젊은 우리들에겐 월요병으로 시작해서 불금으로 끝나는 월급의 노예일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은퇴하신 분들께는 생명의 불이 남아있다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토요일에 만난 시모님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돌아서면 물어봅니다. 

센터에서 왜 데리러오는 전화가 안오는지도 가끔 역정내듯 말씀하시죠. (내심 기다리는 일상이었다는 반증) 


오후 1시 점심식사를 하자고 해도, 눈을 한번 감았다 뜨시면 새벽 1시인지 낮 1시인지 구별을 못하시고 물어봅니다. 커튼을 펼치고 바깥세상이 훤해도 말이죠. 새벽 1시인지 창문 밖을 보면 알수 있겠다는 인과관계 연상작용 자체가 안됩니다. 아주 짧은 단편의 세상만 연결되고 또 연결되는 것이에요. 


시모님의 소중한 4명의 자손들은 매 주 어머님을 뵙고, 그 중 몇분은 매일 전화를 몇번씩 드립니다. 식사하세요, 약드세요, 양치 3시간째이니 이제 그만 하세요 등등... 같은 말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해야합니다. 


치매가족은 끊임없는 지출과 에너지 소모를 견디고 5살 남짓 어린이로 변하는 어르신을 소중히 돌봐야 합니다. 멀리 있어서 주중에는 원격(홈캠 설치는 필수. 의사쌤도 적극 추천) 으로, 주말에는 방문해서 돌봅니다. 돌봄이 별게 아닙니다. 단백질 보충이 충분한 식사를 챙겨드리고, 밑반찬 준비해드리고, 쓰레기 처리해드리고, 일주일 간 드셔야 할 약을 약달력에 잘 구분해서 꽂아 드립니다. 별게 아닌데 매우매우매우 중요하고 누구나 아무나 마음껏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하하..^^


착한 치매는 없다고 봅니다. 가족 누군가의 시간적, 금전적 희생이 크고 작게 들어가니까요. 


남편의 연말정산 세액공제에 시모님이 인적공제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70세 이상, 연소득 얼마 이하 등등 조건이 맞으면 세액공제를 많이 받게 됩니다. 여기에 이 대상자가 또는 다른 부양가족이 치매진단을 받으면 치매약을 받는 병원으로부터 [장애인증명서] 를 받을 수 있는데요, 이건 장애인등록증과는 달라요. 


연말정산용 즉 세금공제용으로만 활용되는 서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등록증, 아니고 증명서.^^


장애인증명서를 제출하면 연말정산 인적공제에서 추가로 200만원이 적용되어 내야할 세금이 줄어들거나 환급받을 경우 액수가 커질수도 있습니다. 


서류를 받으러 간 신경정신과에서 대기하는데, 젊은 분들은 어지럼증이나 강박 또는 불안장애로, 중년이상부터 노년기분들까지 어지럼증이나 우울, 인지기능 이상으로 많이 오신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서류 몇장 들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저처럼 앉아있는 사람들은 치매가족 대리인으로 온 것...^^


피로감이 역력해보이는 신경정신과 의서선생님께 장애인증명서를 요청드리고, 짦은 대면을 마쳤습니다. 40분정도 기다리고 3분 대면. 그리고도 수많은 대기자들. 


매일 암, 뇌혈관, 허혈성, 수술보장을 가장 많이 말하는 설계사 입장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보험은 많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정신건강 관련 보장들을 보험사들도 어떻게 합리적으로 만들수가 있을까요. 


개인이 스스로 잘 이끌어가야하고, 노년기에도 깨지지 않는 건강을 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베이스를 튼튼히 깔아놔야한다는 걸 또 다시 중요하게 되짚어봅니다.


고지혈, 고혈압, 당뇨, 암... 그 모든 성인질환이 하나도 없이 단지 노년여성들의 관절질환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셨던 시모님께 치매가 찾아온 이후로 지금, 그리고 미래, 그것들이 연결된 삶 전체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정답이 없어서 매번 새롭게 깨닫고 지금 내 모습을 살뜰히 보살피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짜증 없이 5살이 된 엄마를 변함없이 살갑게, 따뜻하게 대하는 남편에게도 존경심이 드는 토요일.




저는 금만큼 값진 딸기와 레드향을 씻어 어머님께 드립니다. 

늘 아끼느라 마음껏 사서 드시지 못한 비싼 것들을 주말마다 사드리는 것도 기쁜일이 되었어요. 

2만원짜리 딸기 정말 맛있었어요^^



설 연휴 내내 어머님은 혼자 계실거라서, 4명의 자손들이 하루씩 나누어 가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우루루 다 모였다가 나머지 3일을 혼자 계시게 되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서 말이죠..^^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님은 모르시겠지만

어머님은 참 자식복 많은 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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