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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라의 보험세계 Nov 13. 2024

나이듦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주말 일상

연말은 일이 많이 몰리는 시기인데

주말에 시모님을 뵈러 가는 시간은

아프지 않은 이상 꼭 지킨다.

 

올해가 가기 전 

어머님도 건강검진을 해야하여

근처 평이 좋은 내과로 모시고 갔다.

 

어머님은 키가 8센치가 줄어

140센치.

 

허리를 똑바로 펼 수 없고

다리에 힘이 없어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이 불가능하여

유방암 검사는 보류했다.

 

마찬가지로

비스듬한 산부인과 진료의자에 누워

양 다리를 벌리고 일정시간 유지가 어려워

자궁암 검사도 보류했다.

 

양 팔과 양 다리

그리고 허리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모든 근육이

마르고 사라졌다.

 

80년이 넘는 시간을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멀리하셔서인지

고혈압, 당뇨, 고지혈 등의 

혈관질환은 없으신 

보기드문 분이다.

 

최근 중성지방 수치가

경계선을 오락가락하여

오메가쓰리를 처방받아 드시는 것 외에는

큰 병원이력이 없으셔서

자식들 모두 감사히 생각했다. 

 

올해 들어 나는

뇌경색 청구 업무가 몇번 있었고

그런 혈관질병의 후유증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되었다.

 

기본검사 후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선생님께서 엑스레이를 보시곤 

말씀하셨다.

 

"대동맥 석회가 있어요.

2년전에도 있으셨는데 큰 변화는 없네요.

어머님 연세가 있으셔서 생겼을 겁니다."

 

대동맥에 석회?

유방석회, 어깨석회는 들어봤는데

대동맥 혈관에 혈전도 아닌 

석회가 낀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석회가 껴 있다면

혈관질환같은 건가요?"

 

비슷하다고 했다.

 

대동맥 석회를 검색해보니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요소로 나온다.

 

뇌와 심장의 혈관이 막히는 질병을

유발하는 건 고혈압, 고지혈, 당뇨로만

달달달 외우듯이 알고 있었는데

(뭐 워낙 많이 언급되니깐...)

뭐든 혈관 벽을 두껍게 만드는건

안좋은 게 맞다.

 

'시모님이 

골다공증 약을 장기간 드셔서

칼슘이 대동맥에 쌓인 걸까..?'

 

'대동맥 석회와 

대동맥 협착, 판막질환이 많이 연관되는데

그럼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멈춰버릴 수도 있다는 예고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난 오만가지 생각이 뇌에 꽉 차 있는

설계사니까..

 

시어머님 치매 오기 전에

상해질병급여치료비보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거라도 가입해두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식들 4명이 매달

어머님을 위한 예비금을 모아두고 있지만

그래도 월 몇만원으로

몇백이나 천이상 의 큰 치료비용을 

일정부분 보상받을 수 있다면

그건 실비없는 어르신들에게는 

노후 필수템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급여치료비만 되는 거지만. 

(비급여치료비는 모아둔 예비금으로 하면되지!)

 

몇년치 국세청 의료비 내역서를 보니

어머님 약 처방비용과 급여 진료비용 합산으로

연간 100~200만원은 늘 넘었다. 

보험 싫어하는 남편도 

어머님의 상해질병급여치료비보험은 

아쉬워했었다.

 

어머님 연세는 마취가 불가하여

위와 대장 내시경도 결국 못하고

또 올해가 갔다. 

 

하얗고 마른 어머님의 팔을 부축해서

시댁으로 돌아왔다.

 

토요일과 일요일,

데이케어센터에 가지 못하는 날에는

어머님이 집에서 드실 식사가 필요하여

도시락을 만들어놓고 간다.

 

두부를 으깨서 후라이팬에 달달 볶아

수분기를 제거하고 노릇하고 고소하게 데웠다.

 

밥과 두부를 슥슥 비벼

단백질이 가득한 유부초밥을 만들고

샤인머스켓을 곁들여 도시락을 만들었다.

 

시간도 요일도 

모든 것이 사라지는 어머님이기에

도시락 4개에

1번, 2번, 3번, 4번을 써서 붙여놓고 간다.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와

저녁시간이 되자

남편이 전화를 건다.

 

"어무니~ 냉장고 문 여세요~

1번 들고 식탁으로 오세요~ 

뚜껑 열고 드셔~"

 

그리고 홈캠으로

식사하시는지 보고

끝나면 약 드시라고 다시 전화를 건다.

수십알의 약이 들어있는 약봉투에도

1번, 2번, 3번, 4번이 붙어있다.

1번 도시락을 먹었으니

약도 1번.

 

무한반복되는 일상.

 

냉장고가 뭔지 모르겠다,

식탁이 뭐냐고 되묻는 어머님의 증상도

점점 잦아진다.

장기요양등급도 다시 받아야할 것 같다.

 

클라우드에서

5년전, 10년전 오늘의 사진을 팝업해주는데

까만 머리에 생기있는 미소로

생일케잌 앞에서 박수치는 

시모님의 사진을 보면

내가 부축했던 깃털같이 가볍고 

창백하고 마른 노인이

같은 사람인지 믿기가 어렵다. 

 

나이듦은

생각해도 답이 없지만

생각안하면 더 답이 없다.

정해진 답이 없는 것과

막나가는 것의 차이..? 

ㅎㅎ

 

새벽 4시다..

곧 시작될 하루도

나에게 최선을 다해 좋은 것을 먹이고

남에게도 최선을 다해 예의 갖춰 대하고

무탈한 하루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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