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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작 Jan 22. 2021

임신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

하나. 임신의 프롤로그, 임테기가 두 줄이더라고.


임신의 프롤로그


나는 임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게 되는 아름답고 숭고한 일이라는 .  이상 임신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성교육이라는 것을 임신한 후에 알게 되다니. (참고로 나는 대한민국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만 32세의 평범한 여성이다.)

임신에 대해 무지했던 나를 반성하며, 나처럼 안 겪어도 될 일을 겪는 임산부들이 없길 바라며.

임신을 자각한 그 순간부터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기록해 두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임산부로 살아가는 평범한 한 여성의 굉장히 주관적이고 따분한 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남편들  번쯤 읽어보면 ‘아내가 갑자기 왜 대성통곡을 하는지’,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욕을 먹는지’ 완벽하게 이해를 할 순 없어도 느낌적인 느낌 정도로 이해를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해하길 바란다.) 

그리고  남편은 안 읽어도   같다. 지나간  어찌하리.





4W +6, 임테기 두줄 확인


임테기 두 줄을 확인했을 때, 드라마처럼 마냥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행복하진 않았다.

우선 나는 집에 혼자 있었으며, 계획된 임신이 아니었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실직(?) 상태였으며,

무엇보다 정신연령이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내가 누굴 키워...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맞이하는 새 생명의 확인 작업이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았다.


“환장하겠네”

육성으로만 내뱉지 않았을 뿐 저 단어와 크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변기에 앉아서 아직 회사에 있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어 나 회의 중. 이따가 전화할게.” 뚝.

평소 자주 있는 패턴의 전화통화지만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근무시간에 회의하고 있는 남편이 잘못한 건 없지만 말이다.

회의 중인 사람에게 굳이 두 줄이 선명한 임테기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정확하게 보낸 지 30초도 안돼서 내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뭐야, 통화를 못할 상황도 아니었나 보네?


평소보다 빠르게 (그래도 저녁 8시였다) 남편은 헐래 벌떡 집으로 돌아왔고,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참고로 11개월의 짧은 연애와 1년 반 정도의 결혼 생활을 통틀어 두 번째 꽃다발이었다.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는데 왜 쏟아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약간의 기쁨과 앞으로의 막막함, 내 인생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 그리고 또다시 약간의 기쁨 그 정도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


남편이 사온 꽃다발, 파란 수국의 꽃말은 변덕, 처녀의 꿈 이라고 한다. 남편은 임신한 아내에게 파란 수국을 추천한 꽃집을 지나갈때마다 아직도 욕을 한다.






5W +0, 산부인과를 가다


임테기 확인 후 병원을 갈 때까지 맘카페의 모든 글을 읽을 기세로 임신 초기에 대한 (급해서 임신 중후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식을 강제 주입했다.

그 결과, 내가 생리전증후군 pms인 줄 알았던 증상들은 모두 임신 초기 증상에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생리통 오기 직전 느낌의 아랫배 싸함 _ 타이레놀 먹음

소화 불량 _ 까스활명수 먹음

몸살기 _ 쌍화탕 먹음

가슴 붓기와 통증... 등등


임신인 줄 모르고 먹은 약들이 이제야 걱정이 되면서 병원을 향했다. 의사 쌤 만나면 이 모든 약들에 대해서 물어봐야지...라고 생각하며.



사실 우리 부부는 요즘 애들(?) 답게 개인주의 적이다.

기본적으로 각자의 생활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각각의 차량을 가지고 있어서 가족행사가 아닌 이상 개인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더 편하다.

직장이 같은 지역인 경우가 많은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같이 오갈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그냥 각자 편한 시간에 오가기 위해 그냥 각자 차로 출근하는 선택을 한다는 뭐 그 정도의 느낌이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기질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앞으로 바뀌는 모습을 이해(?)하려면 이 정도의 사전 설명은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남편은 회사 출근 시간을 미루고 나와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임신이 아닐까 봐 혼자 갈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혼자 가면 너무 서러울 것 같아서 남편이 가겠다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사실 산부인과에서 뭐 하는지도 모른 채 진료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남편은 쫓겨났다. "남편분은 진료실 바깥에서 기다려주세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배로 초음파를 볼 때까지는 남편은 진료실에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도 남편은 꾸준히 산부인과를 같이 왔다.)


먼저 질 초음파로 확인을 했다.

자궁 안에 흰 점 하나로 임신 확인을 하는 거였다.

"난황이 보이네요" "이게 아기집이에요" "다음번엔 심장소리 들을 수 있겠네요"

"이제 엄마 준비하면 되겠어요. 임신 5주입니다"

"임신 확인서 발급해 드릴게요"


초음파를 보고 의사 쌤에게 그동안 먹은 약들에 대해서 물어봤다. 선생님의 답은 다 "괜찮다"였다. 아직은 아기랑 연결되어 있지 않아 괜찮다고...

불안했지만 의사 쌤이 괜찮다고 했으니 그 말을 믿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진료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남편에게 임신 확정 소식을 전할 참이었다. 하지만 내가 입을 떼기 전, 남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쌍둥이는 아니래?"

내 남편은 내 생각보다 더 해맑고 철이 없었다.



급하게 맘카페에서 얻은 지식으로는 임신 12주까지는 유산 위험이 커서 소위 임신임을 주위에 알리는 '임밍아웃'은 가족은 초음파로 심장소리를 들은 후, 주변 지인에게는 12주 이후에 알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우리 2주 후 진료 때는 심장소리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그때 부모님께 알리자"라고 했고, 남편은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산부인과를 나와 약국에서 필요한 영양제를 사는 동안 남편은 시어머니께 전화를 했고 임신 소식을 알렸다.

정말 엄청난 푼수임을 진작에 알았지만...! 더 단속을 했어야 했는데...

어쩌겠나, 이렇게 5주 0일 만에 양가에 모두 임신 소식을 알고 축하를 받았다.



이렇게 임신 40주 대장정에 돌입한 나, 그리고 우리 부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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