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제각각 한글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나 또한 한글을 사용하고, 한글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한글 조형의 특징과 멋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사실 그 생김새보다는 한글을 만든 임금님의 마음에 더 끌린다.
임금님은 한자로 우리말을 온전히 적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말과 중국말의 ‘차이’를 짚어내어 우리말을 적기에 알맞은 한글을 만들었다. 한자로 우리말을 쉽게 적을 수 있었다면 한글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자로 우리말을 적는 것이 쉽지 않을지라도 많은 백성이 한자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굳이 힘들게 새로운 문자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글자를 외워야 하는 한자는 쓰고 읽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백성들이 익히기 힘든 문자였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고 배움이 적은 백성들에게는 빠르고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문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임금님은 적은 글자 수와 간명한 구조를 가진 새 문자를 만들었고, 글자 모양새 또한 화려함이나 멋(당시의 보편적인 멋)을 내는 대신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만들었다.
세종임금은 똑똑해서 우리말과 중국말의 차이를 알았고, 슬기로워서 한글과 같은 간명한 문자를 고안했다. 그러나 백성을 아끼는 마음, 인정이 없었다면 구태여 힘들게 새로운 문자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할 시간이 없는 백성을 배려하지 않았다면 빠르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문자 구조를 설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글을 보면 볼수록 글자의 모양새보다는 임금님의 마음이 떠오른다. 한글이 진정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마음이 아름다워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