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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제 Mar 23. 2020

한글은 왜 이렇게 생겼나?

한글 디자이너에게 훈민정음(이하 한글)은 신기한 모양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하다. 한글을 당시에 유행한 한자처럼 쓰지 않고, 심지어 붓으로는 쓰기도 어려운 모습으로 썼을까? 단순히 한자와 달라 보이려고 아니면 새로 만들었으니 좀 튀려고?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 한글은 인도 고대 문자 모방설, 몽골 글자 등 모방설이 등이 있었다.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뒤 ‘상형이자방고전(象形而字倣古篆)’을 놓고 옛 문자를 본떠서 한글을 만들었다거나, 한글의 생김새가 한자 전서체를 본떴다는 등의 여러 주장을 내놓았다. 심지어 ‘각필’ 부호를 본떴다거나 창호의 격자무늬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세종임금님이 한글을 왜 이렇게 썼는지(그렸는지) 말씀해주실 수 없고, 연구자는 여러 주장을 내놓고 있으니, 슬쩍 내 맘대로 상상해 본다.


마음 따듯하고 현명한 임금님이 있었다. 임금님은 어려운 글자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쉽게 배우고 빨리 익힐 수 있는 간결한 문자를 만들었다. 한국말에 맞춰 자음 모음 구분하여 총 28자를 만들고, 이를 일정한 위치에 더하고 붙이는 원리를 설계했다. 임금님은 신하에게 새로 만든 문자의 원리와 구조를 소개하고 사용 방법을 담은 설명서를 만들라고 맡겼다. 신하는 임금님이 부드럽고 후덕하게 생긴 글씨체를 좋아하시니, 새로 만든 문자도 비슷하게 써야 할지 임금님께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임금님은 새로 만든 문자의 생김새는 누가 봐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하니, 문자에 아무런 꾸밈도 더하지 말고, 최대한 간명한 모양으로 글자를 써야 한다고 하며, 결국 수직 수평선과 정원으로 썼다.


오주석 선생님은 우리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당시 사람의 눈높이로 그림을 보라고 했다. 해례본 속 한글 글자체는 『훈민정음』 해례본(1446)과 『석보상절』(1446), 『월인천강지곡』(1447), 『용비어천가』(1447)만 있고, 그 뒤로는 자취를 감췄다. 왜일까? 배우고 익히기 쉬운 글자를 설계한 세종임금님이라면, 한글 설명서 또한 명확하게 하려고 해례본 속 한글도 단순 명료한 생김새로 보여준 것이고, 사람들이 ‘한글’이라는 글자를 알게 된 뒤에, 더는 해례본 속 한글처럼 쓰기 불편한 모양새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쓰기 편한 모습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정인지의 글 ‘상형이자방고전’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몰라도, 해례본 속 한글 생김새에 완전히 공감한다.


설명::

* 『훈민정음』은 책 이름이기도 하고, 한글의 첫 이름이기도 합니다. 

** 오주석(1956~2005. 미술사가)


읽으면 좋은 책::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푸른역사. 2017),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신구문화사. 2018),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신구문화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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