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온 후 최고 따뜻한 오늘, 호수 아(아제) 주변을 한 바퀴 뛰고 나니 소금기가 당긴다. 마침 집에 빵도 떨어져 기차역에 들러 프렛젤을 하나 샀다. 독일은 일요일엔 몇몇 카페와 식당만 문을 열기 때문에 뭘 사려면 급한 대로 기차역에 가야 한다.
프렛젤 프랜차이즈 Ditsch에서 기본 프렛젤을 하나 사고 집까지 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이 노을을 배경으로 이 아름다운 프렛첼 사진 하나 찍자 싶어 주변을 잽싸게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 확인하고 부스럭부스럭 종이 봉지에서 프렛첼을 꺼내서 하늘로 높이 들고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데 뒤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뒤를 돌아보니 독일인 노부부가 웃으며 날 쳐다보고 계셨다. 넘 민망하여 ‘아, 프렛첼이 참 이뻐요’라고 짧은 독일어로 말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도 맞장구쳐 주시며 프렛첼이 원래 남쪽에서 왔는데 지금은 독일 어디에서든 먹는다고 하(신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대화를 시작한 김에 ‘내가 한국에서 왔는데 한국에서는 쌀을 먹고 프렛첼을 안 먹는다. 그런데 지금 독일에 프렛첼이 많다. 그래서 내가 항상 먹는다. 프렛첼이 맛있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민망한 상황에 닥치니 내가 아는 독일어가 줄줄 나오는 초능력 시전! ㅋㅋㅋ
두 노부부는 나더러 독일어 잘한다며 여기 (대학 게스트 하우스) 사냐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지금 대학교에서 일한다. 하지만 삼 개월만 일한다.’고 대답하니, 자기 인도 친구도 대학교에서 일한 지 이 년 됐는데 독일어 못한다고… ㅎㅎㅎ 말 나온 김에 독일어 배우기가 넘 재미있다고 한 마디 거들어 드리고 집에 돌아왔다.
역시 사람은 닥치면 다 살게 되어 있구나. 프렛첼 사진 찍다가 민망함에 엉겁결에 독일어로 대화한 오늘, 너무 뿌듯하여 상으로 아껴 두었던 신라면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