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 and May 30. 2024

20년을 달려도 달리기는 여전히…

힘든데 왜 뛰냐고 묻지 마세요.

탄천을 따라 첫 5K를 조깅하고 나서 흥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리기 인생 20년이다. 워낙 계획대로 사는 일상에 목매는 인간이라서 항상 같은 요일 (월, 수, 금)에는 폭풍우가 몰아치지 않는 한 절대 빠지지 않고 뛴다. 내 Strava 스트라바 앱을 보면 올해 1월부터 하루 빼고 모든 월, 수, 금은 조깅을 했고 주말은 선택적으로 추가 달리기를 해 왔네. 작년에 코로나 걸렸을 때도 가벼운 조깅은 빠지지 않았으니 말 다 한 셈…

4월 스트라바 달리기 기록


이젠 많이 자란 아들도 함께 조깅을 하러 나가서 5킬로미터 정도는 쉽게 달려낸다. 주말에 아이들과 새로운 조깅 루트를 찾아 뛰고 평소엔 피하려고 노력 중인 달달이들로 보상을 해 주면 세상 천국이 따로 없다. 어쩌면 난 먹기 위해 뛰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ㅎ.


나의 이런 생활을 아는 지인들은 종종 묻는다.

“안 쉬고 한 번에 얼마나 뛸 수 있어? “ - 할 수 있다면 더 오래…

“왜 뛰어?” - 몸에 있는 모든 산소가 심장과 다리 움직이는 데에 모두 집중되어서 자동으로 생각이 비워짐.

“안 힘들어?”

러너들에게는 좀 황당한 질문일 수 있지만 달리기를 안 해 본 사람들로써는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안 힘들어?'는 최강의 질문이다. 대답부터 하자면,


힘들어, 힘들어, 드럽게 힘들어. 첫 1km부터 완전 힘들어!!!!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아니, 아침부터 28도까지 치솟는 이 나라에서 뛰면 인간적으로 안 힘들겠냐고!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은 근육을 움직이며 몸의 에너지가 쓰인다는 것이고 두뇌의 입장에선 그걸 힘듦이라고 느낄 것이다. 게다가 ‘유산소’ 운동이라고 이름 붙은 달리기인데 심장에 얼마나 압박을 주겠는가!


피곤할 때, 비가 부슬부슬 올 때,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을 때, 오후 일정이 빡빡할 때, 전날 잠을 못 잤을 때 등등 수많은 핑계로 '오늘은 나가지 말까?' 생각을 조깅 두 번에 한 번은 하는 것 같다. 아침 운동 못 나갈 이유를 대라면 백 가지도 넘게 댈 수 있다. 20년 넘게 같은 운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들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힘들다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오지 탐험을 하고 등반을 하고 악기 연주를 하고 춤을 출까?

어떤 사람들은 달리기도 중독이라는 둥 하는 소리도 하지만 나 같은 아마추어 취미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중독도 아니다. 언제든지 쉽게 끊을 수 있다. 운동을 안 하면 약간의 셀프 죄책감은 느끼겠지만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다, 심지어 힘들지만 난 계속 달리기를 한다. 아마도 어떤 측면에서는 힘들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기쁨과 황홀함이 더 크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달린다. 특히 그걸 이겨내는 나 자신을 보면 I feel good about myself, 나 자신이 마음에 든다. 아마도 하루 중 많은 순간,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달리고 난 후의 내 자신이 마음에 드는 그 순간이 참으로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기, 싱가포르에서 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