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름이 왔다는 것
여름은 덥기보다는 습해서 견디기가 어렵다. 에어컨은 늙어버려서 있느니만 못한 지 오래다. 간간히 수박을 먹고,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않는다.
더운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온다. 느낄 수 있는 시원함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 바닥에 붙는다. 바닥도 체온에 녹아 금세 더워지면 한두 번 뒤집어 녹지 않은 바닥으로 도망친다.
나에게 있어 여름의 시작은 매미소리다. 초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여름이 아니라 이상기온의 봄이다. 언제부터, 왜, 매미가 여름이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됐다.
오전에도 달뜬 목소리가 여럿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방학인가 보다. 방학 때문에 여름은 덥고 습한 주제에 찬란함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걸까. 꺅꺅거리는 소리들을 뒤로하고 녹아내린 몸을 애써 다시 뒤집는다. 미미하게 시원함을 느끼며 눈을 깜빡인다.
개울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잘라먹고 싶다. 현대인은 남의 브이로그를 보는 것으로 그를 대체한다. 진짜 몸을 일으킬 쯤엔 여름이 지나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