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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Jun 20. 2023

사람의 아픔은 절대적이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론 납득이 안 가는 것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언젠가 친했던 친구 B 말했다. 너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는데. 새삼 네가 나를 몰라서 하는  같이 느껴졌다. 어떤 심정으로 말했는지는  이해가 가는 바람에 심정이 복잡했다. 그리고   친구 앞에서 내가 얼마나  가져봤는지 설명해 버렸다. 불행배틀 뜨자는 것도 아니고 참 구질구질하다. 한편으론 네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보다 내가 아직도 담담할  없는 사실에 절망했다. 정말 괜찮았다면 내가 너한테 미안함을 느꼈을 텐데 나는 아직 나를 변호하기 급급하다.


왜 갑자기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스무 살쯤, 한 달에 60만 원을 용돈으로 받다가 40만 원으로 줄었다고 서럽게 우는 A와 술자리를 가진 적 있다. 나는 평생 받아본 적이 없어서 저 울음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 앞에서 받아본 적 없는 사람도 있는데 배부른 소리를 한다며 화를 냈었다. 그날 친구는 20분을 걸으면 집인데도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그날 처음으로 술값만 2만 원을 넘게 써봐서 손을 바들거렸다. 택시를 탈 수도 없어서 한참을 걸었다. 그나마 근처에 내려주는 야간버스에 몸을 태웠다. 내려도 1시간은 족히 걸어야 되는 거리였다.


새삼스러운데 정말로 세상이 불공평하다. 그것이 울컥 쏟아져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고 나니 B의 심정을 백번 이해했다. 난 감히 이해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씁쓸했다.


A는 울었다. 용돈이 줄었다는 것에 진심으로 부모의 사랑을 의심했다. 나는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상황이지만 A도 A의 삶에서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것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B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A와 술자리에서 박차고일 어나 설움을 버스 한편에 쏟아냈었다. 좀처럼 설움이 가시질 않아 괴로울 지경이었다. 그때 손 하나가 막차에 실린 몸통들을 비집고 내 손에 급히 무언가 쥐어주고는 사라졌다.

휴지, 고맙기도 당혹스럽기도 한 감정이 지나가고 이내 슬픔을 알아봐 준다는 사실이 고맙고 더, 더 서러웠다. 왜, 누가 알아주면 더 서럽잖아.


한참 더 울다가 쪽팔려져서 황급히 눈물을 멈췄다. 받은 휴지를 외투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언제 울었냐는 듯 집으로 돌아왔다. 휴지와 함께 욱여넣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필 지금 그때 생각이 난 건지. 야속할 일이다.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나는 내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통감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받아들였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더 이상 뺏기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 굴복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사라진 식탐과 돈에 대한 집착, 평안한 마음과 일상 따위들은 지금까지 죽지 못해 살아남아 긁어모은 전리품이었다. B가 부러워하던 것 중 나에게 당연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한 말이라는 것도 안다.


창가에 앉아 가만히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이것들을 알아달라고 말할 필요는 있었을까? 아직 못 가진 것을 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방향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이 씁쓸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40만 원으로 용돈이 줄어버린 A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지잉


문자와 전화가 들어온다. 이름이 반짝거린다. 전화를 받을 가치가 있을까 잠시 고민한다. 불공평함은 관계도 고민하게 만든다. 분명 소중했는데. 입안이 까끌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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