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이 가까워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 집 4살 꼬마의 또래 친구들은
어린이집에만 있었다.
은근히 낯을 가리는 엄마는
꼬마 어린이집 친구들은 전혀 알지를 못했고,
실제로 주말에 만나는 동갑내기 친구가
거의 없다시피 한 터였다.
꼭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꼬마가 어떻게 지내는지
줄곧 궁금해했었다.
그러다 조금 친해진 직장 동료의 자녀가
꼬마의 또래라는 얘기를 듣고
나중에 혹시 진짜 만나자고 하면
만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동료는 정말 나올 수 있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말에 직장동료 만나기 불편할 수도 있어
재차 물었더니 진짜라고 해서,
나도 진짜로 한 달 뒤에 연락했다.
직장동료의 꼬마와
우리 집 꼬마와의 만남은
엄마 아빠의 뒤에 숨은 상태로 시작했다.
"안녕~ 해야지."
어른들의 눈초리와 소리 있는 압박에
태어난 지 3년 남짓한 꼬마들은 속삭이듯 인사를 나눴다.
서로에게 닿지 않고
각자의 부모님만 들을 수 있었던 인사였다.
꼬마들과 카페를 먼저 가니
앉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우리 집 꼬마는 빵과 음료에,
동료네 꼬마는 어색함에
2살 동생이랑 쎄쎄쎄를 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 나니
서로 안 보는 것 같았지만
흘끔흘끔 서로를 보며
탐색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카페에서 나와
밥을 먹는 순간까지
서로에게는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와~~ 00이는 혼자서 밥도 먹네."
"00이는 씩씩하게 걸어 다니네." 하는
어른들의 흔한 호들갑에도
시큰둥하게 보고만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진가,
오늘 모임은 망했나 보다, 생각하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놀이터에서 놀고 헤어지기로 했다.
그동안의 엄마 아빠의 노력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놀이터에 간 순간부터
급격히 가까워졌다.
어린아이들이 가까워지는 건
우스울 정도로 쉬웠다.
아이들이 사박사박 자기들끼리 떠들고
돌아다니며 놀이 기구를 타는 시간을 주는 게 다였다.
그네를 같이 타고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깔깔 웃었다.
사다리를 올라가 보고
큰 미끄럼틀은 좀 무서워하다
다른 아이가 용기 내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내려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내려와서 눈을 마주 보고 웃어줬다.
같이 모여 밥 먹는 것도,
맛있는 간식을 먹는 것도 큰 소용없었다.
필요했던 것은 시간.
오롯이 놀 시간이었다.
나중에 헤어지면서
동료는 커피 마시고, 밥 먹지 말고
그냥 놀이터부터 갈 걸 그랬다고 했었다.
4살 꼬마들을 보면서
학교에서 만날 8살 꼬마들이 생각났다.
자기야, 1학년 애들은 특히 쉬는 시간,
꼬박꼬박 잘 챙겨줘야 해.
그래야 애들이 학교 좋다고 하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잘 지내는 거야.
첫해에 만났던
지금은 퇴직하신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1학년을 맡았던 내게 해주셨던 말씀이었다.
4살 꼬마나,
8살 꼬마나 똑같다.
수업 시간도 중요하지만
자기들끼리 어울리며 노는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꼬마들의 모든 놀 시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