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미션 임파서블
누군가 당신의 "영업비밀"을 노리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주인공 헌트에게 거절이란 없다. 불가능해 보이는 어떤 임무라도 완벽하게 수행해 낸다. 관객이 열광하게 만드는 한가운데에는 '톰 크루즈'가 있다.
30년에 달하는 세월을 주인공 헌트로 살아온 톰 크루즈의 행보는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CG나 대역 없이 모든 액션을 해내기 때문이다.
전작 탑건에서는 직접 초음속 전투기에 타고 촬영을 한 것에 모자라, 7번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서는 맨몸으로 노르웨이 협곡을 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누구나 따라 하고 싶지만, 섣불리 따라 할 수 없는 톰형만이 가능한 독보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관중이 먼저 톰형의 안부를 걱정할 정도로 불가사의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톰 크루즈'는 전 세계 유일 무이한 배우이자, 그의 브랜드 가치는 할리우드의 그 어느 누구의 배우도 대체가 어려운 전설 그 자체이다.
한 분야에 정통하는 것. 그 분야의 대가가 되는 역작을 필모그래피에 남기는 것. 그 걸어온 발자취가 쌓여 범접 불가의 브랜드를 만든다.
신인 배우에게는 언젠가 이루고 싶은 선망의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간 쌓아 온 필모그래피가 한 편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은퇴 이전까지는 독보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는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
웅장한 산세의 정상을 오른 자에게 내리는 보상이다.
톰형의 다음 세대는 언제 등장할 수 있을까? 새로운 액션 배우의 등장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는 가능할까?
자신만의 연기를 갈고닦으며, 작은 배역에서 배우 커리어를 키워 나가는 신인은 발굴하고, 톱 배우로 주목받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의 세계를 조금 벗어나보자. 직장인의 커리어, 기업의 성장도 비슷한 면이 많다.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도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유일무이한 금자탑을 세우길 바란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그 회사의 필모그래피가 되기도 한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툴젠은 자신의 보유한 원천기술을 활용하여 미국의 바이오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독자 기술을 가진 기업은 백만 관객을 넘어, 자신의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목표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혁신.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창의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내일을 꿈꾸는 것. 영화를 만드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출시하고, 삼성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의 혁신을 만드는 수많은 발명자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 공들인 기업이 달콤한 과실을 얻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현실에서는 탐욕과 본능에 의해 그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덕관념과 법률의 경계선에서, 자신의 이익을 꿈꾸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새치기를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와 같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이유로, 자신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길가에서 보내는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이유로서 말이다.
기업의 세계에서는 '영업비밀'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사업 과정에서 기술이나 경영상의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 그 자체로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지식재산의 일종이다.
'영업비밀'은 기업의 영업 과정에서 탄생하여 비밀로 관리되는 정보를 뜻한다. 수년간의 연구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나, 실패의 경험치도 충분히 값진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게는 영업비밀 관리가 반드시 수반된다. 신제품 개발에서 떠오른 다양한 아이디어들이나, 제품에 반영되지 않은 산재된 생각들도 시행착오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내가 수년간 고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 문서 한 장에 담겨 있다고 한다면, 그 문서 하나는 10년의 인건비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누군가 새롭게 창업을 한다면, 그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문서 한 장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거나, 연구개발비를 아낄 수 있다.
다른 기업의 동향을 알아보고자 하는 기업 스파이가 호시탐탐 영업비밀을 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도면 하나, 문서 한 장이 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력을 공고히 하고 있던 기업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톰형이 가진 촬영 노하우나 열정을 다른 사람이 뺏어갈 수는 없는 것과 달리, 기업이 가진 기술은 찰나의 순간에 '영업비밀' 사냥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영업비밀'은 다른 지식재산과 달리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뜨겁게 논의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혹자는 말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라고. 창조를 위해서는 모방이 필요하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이도 엄마와 아빠의 행동을 따라 하며, 언어와 걸음마를 배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 나간다.
초보 작가는 유명 작가의 책을 필사하며 필력을 키운다.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가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을 분석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업비밀 침해'는 모방이나 벤치마킹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비밀로 관리하는 정보는 그 비밀의 가치를 숭고히 여겨줄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비밀로 관리한 '비밀 보유자'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이다.
임상 3상 승인을 앞두고 있는 제약기업의 내부 이메일이라던지,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거액의 신규 투자 소식까지 모두 영업비밀로 인정될 수 있다. 신제품의 설계 사항을 담은 도면이라던지, 음식 레시피까지 모두 고유한 지식재산으로서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다.
'영업비밀'은 세 가지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하는 정보가 영업비밀로서 법적인 보호 대상이 된다.
(i)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정보일 것(비공지성)
(ii)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정보일 것(경제적 유용성)
(iii) 비밀로 관리된 정보일 것(비밀관리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이 영업비밀로서 인정되고, 그 기준이 엄격한 만큼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람에게는 민사와 형사 책임을 모두 물을 수 있다.
"너만 알아야 해"와 같이 우리 사이의 비밀은 영원하지 못한다. 누군가 외부로 발설하면 더 이상 비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비밀도 마찬가지이다. 외부에 공공연히 알려지게 된다면 영업비밀로서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이 부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특허를 획득하게 된다는 의미는 그 발명을 반드시 사회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발명을 공개한 대가로 그 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리한 발명자는 일부 발명은 특허로, 일부 핵심 발명은 노하우로서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전략적 선택한다. 기술의 지도 속에서 금광을 캐내고, 그 핵심 기술을 영업비밀로 보호함으로써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내가 가진 영업비밀을 잘 지키는 것도 하나의 임무이다. 그 불가능해보이는 미션을 달성하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글. 손인호 변리사. Copyright reserved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