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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Jan 06. 2024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금지, 산소측정 기능 하나 때문에?

애플워치 '특허 분쟁'의 그 숨은 이야기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금지, 혈중 산소측정 기능 하나 때문에?

지난 한 달간 애플워치 수입금지 이슈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다. 


자그마치 3000조를 훌쩍 넘는 공룡기업 애플의 주가는 한 달 만에 10% 남짓 흘러내렸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미국의 대표 기업이 만든 제품을 자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다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해외에서 만든 애플워치 최신 기종에 대해 '특허 침해'를 이유로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내의 생산, 고용,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모든 요인을 조사하는 미국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으로, 미국의 국경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자국 산업을 위협하는 외국산 제품에 덤핑 판정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사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개월의 숙고 끝에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워런 버핏이 사랑하는 기업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중요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애플의 제품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웨어러블과 액세서리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 중에 있다. 


웨어러블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이번 ITC의 판정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이다. 


출처: 애플 2022년 사업보고서(10-K)


무엇이 감자를 뜨겁게 만들었는지 지식재산(IP)과 산업의 측면에서 그 숨은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애플워치 수입 금지의 핵심은 '특허 분쟁'이다.


이번 사안의 중심에는 바로 '특허'가 있다. 


애플워치 수입금지 결정은 국 헬스테크 업체 마시모(Masimo)가 제기한 특허 분쟁에서 시작되었다. 


애플은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혈류를 감지하고, 미세한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다"라고 하며 최신 애플워치 기종에 적용된 혈중산소측정 기능을 홍보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미국 헬스테크 업체 마시모(Masimo)가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술을 애플워치에 적용하지 못하도록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마시모가 혈중 산소 측정 기술분야에 여러 특허를 가지고 있는데, 애플이 최신 애플워치 제품에 적용된 신기술이 자사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마시모가 가진 특허는 LED의 빛을 신체에 쏘고, 이를 광센서들이 센싱하여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의료기기 이외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미국 특허상표청의 심사를 통과하여 등록되었다. 


출처: USPTO, 미국 등록특허 제10,912,502호


출처: USPTO, 미국 등록특허 제10,912,502호


2.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미국 내 애플워치 수입금지 명령과 그 파장


상당한 기간 동안 양측의 공방이 지속되었다. 


마시모가 보유한 특허는 일정한 기술 장벽을 형성한다. 기술 개발의 대가로 기술을 독점할 권능을 부여받는다. 국제무역위원회와 법원은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를 주장하게 되면, 상대방의 제품이 그 경계선을 넘었는지 기술과 법적인 측면에서 다층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축구 경기에서 골라인을 넘었는지 즉각적인 판정이 어려운 경우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를 돌려보기도 하고, VAR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허 분쟁에서 애플워치에 적용된 혈중산소농도 기술이 마시모 특허와 비슷한지, 업계에서 널리 쓰이던 일반적인 기술인지 치열한 공방을 하게 된다. 


특허와 제품을 비교하고, 특허와 산업의 관계를 탐색하는 일이다. 


2년 남짓한 분쟁 끝에 2023년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마시모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애플이 미국 헬스테크 업체 마시모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시모가 주장한 모든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니며,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일부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특허 분쟁에서 '단 하나'의 특허만 살아남게 된다면 자사 기술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 그 단 하나의 특허를 살리는 노력을 하고, 여러 특허가 있다면 더욱 좋다. 다다익선은 특허에도 적용된다. 


특허권자는 '단 하나'를 살리기 위하여 특허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특허 장벽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과 같이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제품의 경우 특허 침해 리스크가 증가되게 되는 양면성이 있다. 


[마시모가 특허 침해로 주장한 특허 리스트]

- 미국 등록특허 제10,912,501호 (특허침해 불인정)

- 미국 등록특허 제10,912,502호 (특허침해 인정)

- 미국 등록특허 제10,945,648호 (특허침해 인정)

- 미국 등록특허 제10,687,745호 (특허침해 불인정)

- 미국 등록특허 제7,761,127호 (특허침해 불인정)


이번 판결은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가진 애플워치 제품에 대해 마시모가 보유한 특허 침해를 이유로 미국 내에 수입이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주로 애플워치 제품이 중국 등의 해외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은 사실상 미국 내 판매 금지 효력을 갖는다.  


다만, 애플워치 모든 시리즈에 대한 수입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은 최신 제품인 '애플워치 시리즈 9'와 '애플워치 울트라 2'에 적용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 대해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2개월간 검토한 결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ITC 명령을 뒤집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출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통지문(2023.12.20)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여 특허 침해 문제를 해소하는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면 마시모가 가진 특허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수입금지 명령 하루 만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특허 침해를 해소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동안 수입금지 명령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하였다. 


특허 분쟁의 최종 결과에 따라 애플이 마시모에게 상당한 금액의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이미 생산된 제품 전체를 파기해야 할 수도 있다. 


3. 파트너십 결렬과 대규모 이직으로 시작된 애플과 마시모의 갈등


애플과 마시모의 분쟁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과거 애플과 마시모의 파트너십이 결렬되고, 대규모 이직의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시모 측에 따르면, 애플이 2013년 무렵 파트너십을 제안하며 다가왔으며, 이후 논의가 중단되고 최고 의료책임자와 엔지니어 등 직원 30여 명이 연봉 2배 조건으로 이직하였다고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익숙한 그림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핵심 기술과 인력 탈취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마시모 측의 주장이다.


2023년 한 해 마시모의 수익이 1억 4400만 달러(약 1800억 원)인데, 애플과의 법적 공방에 약 1억 달러(약 12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출하면서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마시모의 CEO 키아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항전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마시모는 이미 다른 회사에서 특허 분쟁에서 승소하여 수억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두 차례 받아내기도 하였는다는 점도 살펴볼 지점이다. 


애플과 마시모은 분쟁을 지속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이 자국 내로 수입되는 것이 금지되는 이번 판결과 같이 자유무역으로 생기는 국가 간 공급망의 약한 연결고리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애플워치의 미국 내 수입금지 판결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공급망 불균형과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손인호 변리사. Copyright reserved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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