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 톺아보기
불확실성과 변화 대응
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키워드를 '불확실성'과 '변화 대응'으로 읽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없던 것들이 신설된 것도 이 두 개의 키워드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네요. 지금부터 신설된 것을 중심으로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기본기는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과 학습의 기반이 되는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을 기초 소양으로 강조하고 있네요. 특히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한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군요. 요즘 문해력이 비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서인지 한글 해독, 한글 익힘 교육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집니다. 진작에 개설되어야 마땅했던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들이 잘 준비되어 자기 삶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이것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교육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변화 대응의 차원으로는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내용입니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의 개발과 운영, 학교 자율시간과 교사 교육과정 자율권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지역별로 인적, 물적 인프라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자치구와 교육청, 학교장, 교사의 열정과 준비도에 따라 이건 성공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학부모님들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퇴직을 앞둔 학교장은 얼마나 몸을 사리는지, 행정 업무 압박에 하루하루 수업 준비도 버거운 교사들 또한 부지기수라는 사실을요(저는 큰아이 6학년 때 매너리즘에 빠진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뒷얘기 생략. 결국 수학여행 사진 속 담임 선생님과 졸업 앨범 속 담임 선생님의 사진은 달라졌죠 ㅠㅠ).
공교육 11년 차 학부모이며, 학교로 출강하는 강사의 입장에서는 학교 전환 시기(초6, 중3, 고3)의 진로 연계 교육은 반갑습니다. 그동안 초6과 고3의 진로교육은 없었을뿐더러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년)제는 진로를 고민하기에 다소 이른 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교과 학습의 기본기를 다지고, 좋은 학습 습관을 들이기 좋은 때는 군기 바짝 든 신입생 시절이 적기 아니겠어요? 게다가 학년말이 되면 학교 선생님들도 성적 처리와 생기부 마감 등으로 무척 바쁜 시기라서 방학을 앞둔 학생들은 어영부영 단축 수업을 받고 일찍 귀가합니다. 주로 영화를 시청하고, 여기저기 외부 활동에 내몰려 2~3시간 시간 때우기를 하고(?), 조기 귀가하는 것도 비일비재했고요(물론 아닌 학교도 있겠지만요 ㅠ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6, 중3, 고3 2학기 중 일부를 진로 연계 교육으로 활용한다고 하니 외부 강사들이 투입되어 보다 질 높은 진로 교육이 되길 기대하며... 강사로서 저도 함께 바빠지는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고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인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선 자.동.진. 3개 영역으로 축소되네요. 봉사활동은 동아리와 진로활동에 편입됩니다. 지금도 비슷하긴 하지만 2028 대학 입시부터 봉사활동의 기여도는 제로일 것 같네요.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고교학점제는 1학년 공통과목에 9등급제를 유지하는 절충안이 제시된 만큼 고등학교 1학년은 경쟁으로 피 터지는 상황이 예상되고, 이른 자퇴생이 속출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고교학점제에 관한 글은 제가 추후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이미 올려놓은 글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마지막 특수교육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학생별 장애 특성 및 정도를 반영해서 '일상생활 활동'이라는 교육 활동이 신설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특수교육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아서 뭐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브런치 글벗님 중 특수학교의 선생님이신 다움 작가님의 글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기존 교육에서도 분명 이와 유사한 교육이 이미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해당 교육 활동의 신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여하튼 학생의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서 고교학점제 운용 모형을 마련한다고 하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덧. 참고로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시기는 2025년, 올해 중2가 되는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3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