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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Apr 15. 2022

문해력의 바탕은 어휘

재미있게 어휘를 확장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요즘 문해력의 중요성에 대한 기사나 뉴스가 참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글자를 읽을 줄 안다, 모른다로 문해력의 유무를 판단하진 않습니다. 자음 14자와 모음 10자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단어 어렵지 않게 읽어내는 외국인들도 많으니까요. 글자는 읽을 수 있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것, 이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문해력 저하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가지'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가 가진 여러 개의 뜻 중에서 식물을 가리키는 것인지, 종류나 갈래를 뜻하는 것인지, 알만하다는 뜻의 한자어로 쓰였는지를 알고, 뜻과 용례에 맞게 이해하고 사용할 때 우리는 보통 문해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유네스코는 문해력을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을 이해, 해석, 창작할 수 있는 힘'으로 정의고 있습니다.


서울대 전 입학사정관이었던 진동섭 선생님이 쓴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라는 책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문해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해력과 문해력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독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문해력은 문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말이죠. 문학이나 비문학 지문을 읽고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는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은 독해력이 좋은지 판단하는 근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으로 문해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하고 있습니다. 물론 글로 쓰인 모든 것을 빠르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문해력에 포함시키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고 글로 잘 쓰는 것, 문서로 잘 만드는 것, 거래를 위해 제안서를 명료하게 한 장으로 작성하는 것,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는 등 의사소통과 관련한 우리 생활 전반에서 역량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 문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09년 PISA(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영역 순위는 2~4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8년에는 6~11위로 하락했다는군요. 읽기 영역의 성취 수준이 낮은 학생들의 비중증가했다고 하니 문해력 저하 현상이 기우 아닌듯합니다. 실제 PISA 문항에서는 다양한 매체에 대한 복합적이고 실제적인 읽기 텍스트가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읽기의 영역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는데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되지 않으니 큰 문제입니다. EBS <미래교육 플러스>에서도 문해력과 관련 방송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글자를 읽고 쓰는 기본 문맹률은 1%에 가깝지만, 문장을 읽고도 이해하고 해석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75%에 달한다는 내용이 소개되었죠.

중앙 선데이 기사 중 일부 발췌




문장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를 저는 어휘력의 부족에서 찾고 있습니다. 초등 4학년 사회 과목만 해도 문명,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같은 단어들이 나옵니다. 단어가 낯설어서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 과목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과학, 국어, 역사 등 학령이 올라갈수록 어휘력 부족에서 오는 학습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평소 책이나 TV를 보다가 학습과 관련된 콘텐츠로 적당하다 생각하면 강의에 자주 활용하는 편인데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관련된 에피소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백이진 : 근데 진짜 신기하다. 나, 너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희도 : 나를? 왜??

신문을 펼쳤는데 'PC 통신에 중독된 청소년들, 맞춤법 파괴 심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입니다.

백이진 : ('건드리지 마시오'를 잘못 쓴 나희도를 놀리듯) 건.들.이.지.마.시.오.
나희도 : 나 먼저 간다.
백이진 : 같은 방향인데 낯 뜨겁게 뭘 따로 가. 우리 관계에...
나희도 : 우리가 무슨 관곈데?
백이진 : 무슨 관계긴, 채무 관계지.
나희도 : 그게 뭔데?
백이진 : 너 나한테 2천 원 갚을 거 남았잖아. 그게 채무야. 알겠어? 아이스크림 사줘. 덥다.


나희도는 고등학교 2학년. 펜싱만 열심히 한 친구라 '채무'라는 단어를 모르는 거 아니냐고요? 생각보다 이런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한 번은 고등학생 대상의 특강에서 성격 강점을 서로 찾아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강점과 관련된 단어를 보여주면서 옆 친구의 강점을 찾아주자고 했죠. 그랬더니 한 친구가 손을 들고 "선생님, 기민한 게 뭐예요?"하고 물으니, 또 다른 친구가 손을 들고 "사리가 밝다는 게 뭐예요?" 하고 천연덕스럽게 질문하는 게 아니겠어요? 단어의 의미를 모르니 친구의 강점을 찾아주고 싶어도 찾아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자녀와 함께 드라마를 보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조금 어려운 단어가 나온다면 한 번 물어보세요. 단어의 뜻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자녀가 모른다면 함께 찾아보세요. 잘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인지심리학에서는 '설명 깊이의 착각'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하게 되면 이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니다. 함께 사전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뜻이 어렵게 나와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부모님이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찾아보게 하거나 방금 찾은 단어를 넣어서 문장을 만들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한자 한 개를 가지고 연관된 단어를 찾아내는 놀이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마루에 다 같이 누워서 '花 꽃 화'가 들어간 단어를 돌아가면서 하나씩 말하는 니다. 화단, 화초, 국화, 매화... 그러다가 누가 '화요일' 했다면 '인디언 밥' 벌칙을 받곤 했죠. '화'라는 음이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다 맞는 것이 아니라 단어에 '꽃'이라는 의미가 들어가야 한다는 걸 게임을 통해 터득하게 했던 것입니다. '국화'라는 단어가 꽃의 종류이기도 하지만 나라를 상징하는 꽃도 '국화 國花' 라고 알려주면 자연스럽게 어휘가 늘어납니다. 이때 엄마나 아빠가 '금상첨화'나 '해어화'처럼 어려운 단어를 말하면 아이들이 그게 맞는 거냐며, 왜 이상한 걸 말하냐며 찾아보자고 합니다. '예스, 감사합니다' 예상대로 걸려든 것입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어휘를 늘려간 경험이 중학교에 가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문 시간에 한자와 관련된 단어를 많이 알아서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뿐만 아니라 한자를 '타이포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수행평가도 아주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어휘를 많이 알면 알수록 교과 공부를 할 때도, 독서를 할 때도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우리가 수업 시간에 독서의 의미와 효과를 배우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한 장 더 읽고, 친구들과 서로 어휘를 묻고 답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어쩌면 문해력을 높이는 데는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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