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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May 10. 2023

전기고 입시에 대하여

내 자녀가 다음 소희라면?

브런치 알림

조금씩 조금씩 오른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자녀의 고등학교 입시와 관련해서 관심은 많지만 도움을 받을만한 정보가 부족해서일까요? 미리미리 자녀의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의 지혜로움과 조급함동시에 느껴집니다.


대학 입시보다  3년 빠른 입시가 고등학교 입시. 서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등학교 전기고 입시는 8월 말 영재고를 시작으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진로 선택을 결정할 것인지 유예할 것인지, 대학 진학이 목표인지, 진학 대신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지, 진학을 한다면 어떤 계열에 관심이 있는지, 취업을 한 후 3년 뒤에 대학을 갈 것인지 등이 고등학교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부분들입니다.




이미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 고입은 크게 전기고와 후기고 지원으로 나뉩니다. 서울과학고를 비롯한 영재고, 예체고 및 과고, 마이스터고를 포함한 특수한 목적을 지닌 특목고, 과거에 상고, 공고라 불리던 특성화고, 그 외에도 예술 계열의 소수 일반고와 교육감이 정한 학과가 있는 학교가 모두 전기고에 속합니다.


시기상 먼저 입시가 진행되기 때문에 전기고이며, 교육청에 따라 그 시기는 상이할 수 있습니다. 전기고에 선발되면 후기고는 지원할 수 없습니다. 수시 납치가 있듯, 전기고 납치도 있는 것이죠.


중학교 성적은 우수한데 일반고에 가서 우수한 성적 자신할 수 없다며 마이스터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물론 나쁜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이스터고는 다른 말로 '산업수요맞춤형고', 졸업 후 바로 대학 진학 불가하며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는 특수한 목적을 띄고 설립된 고등학교입니다. 따라서 지원을 결정하기 전, 자신의 적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고등학교의 특성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마이스터고는 빠르면 2학년 말에서 3학년 1학기를 마칠 때쯤이면 대부분의 학생이 취업처가 결정된다고 하네요.


최근 독일의 학제를 주제로 큰아이가 수행평가 과제를 작성하는 바람에 저도 얼마간 알게 된 부분이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취직을 위한 직업 훈련 위주의 기본학교에 진학할 것인지, 실과학교라 불리는 전일제 직업학교를 갈 것인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김나지움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이 세 가지 형태가 혼재한 종합학교를 갈 것인지를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는 시기에 결정한다고 합니다. 많이 이른 시기라 여겨지지만 상급학교에 올라간 후 2년 동안 학교를 경험해 보고 자신이 원하는 학교로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니 한편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음 소희'라는 영화를 보고, 많이 슬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취업에 내몰리는 특성화고 친구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그려졌기 때문이죠. 직업 훈련을 5~6년충분히 받고, 취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독일 학생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2년 반에서 3년 남짓의 기간 동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다음 소희'와 같은 주인공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니다.


특성화고의 지원율은 전체 고등학생 수의 20%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특성화고가 유지되는 이유진로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바람직한 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수 확보'라는 국가적 차원의 명분도 있는 것이죠. 때문에 19살 어린 친구들이 '다음 소희'로 희생되는 것입니다. 너무 적나라했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독일처럼 상급학교를 경험한 후 원하는 학교로 옮기는 것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선택에 따라 전학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시기도 정해져 있죠. 특히 특성화고의 경우 본인이 지원한 학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입학이 결정된 이상 이동이 불가합니다. 따라서 지원 전 학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고,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강사 초창기, 서울의 E 특성화고에 특강을 갔을 때 일입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수가 너무 적어서 한 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전부 모의고사를 보러 갔다고 하더군요. 교실에 남아있는 1/3 정도의 학생만이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이었던 것입니다. 특성화고에서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친구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니...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2년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중도 전학한 학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일반고에 진학했다가 대입에 가망이 없다고 느낀 친구들이 직업과정 위탁 학교를 가는 사례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은 편이죠.


일반고와 비교해서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특성화고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스무 개 남짓에 불과한 대학뿐이며, 학과별로 극히 소수의 인원만 선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성화고 학과의 동일 계열로만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되겠습니다.




업무 강도와 노동 환경의 열악함에 비례해 임금과 처우가 개선된다면 이 현실이 좀 바뀔까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다면 어떨까요? 학력의 차별과 불평등이 여전한 현실 속에서 특성화고를 가겠다고 말하는 둘째 아이가 다음 소희가 되지는 않을까...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https://m.yna.co.kr/view/AKR2022012011640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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