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6월, 강의가 몰려있었던 건 글을 쓰지 못한 제게 좋은 핑계가 되었습니다. 출간 미정의 원고 수정도 마찬가지고요. 돌아보니 저는 그간 무척 게으른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미루다 보니 시리즈처럼 시작한 글의 2탄이 너무도 늦어버렸습니다. 그래도 후기고 입시는 아직 많이 남아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1탄에서는 특목고 중에서 후기고로 바뀐 국제고와 외고, 전국 단위 및 지역 단위 자사고 입시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외 후기고, 즉 일반고 입시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후기고는 크게 교육감 선발고와 학교장 선발고로 나눌 수 있습니다. 표현이 매우 낯설죠? 글자 그대로 학교장이 학생을 선발할 권한을 갖고 있으면 학교장 선발고, 그 외는 모두 교육감 선발고에 해당합니다. 1탄에서 이미 언급한 국제고, 외고, 자사고는 후기고 중에서도 학교장 선발고에 해당하는 학교들입니다. 그 밖에도 한광고, 한국삼육고가 학교장 선발고 입니다. 학교장 선발고가 학생 선발을 마치면 비로소 교육감 선발고 전형이 시작됩니다.
한광고는 체육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서 소위 엘리트 체육이라 일컫는 학생 선수뿐만 아니라 자녀가 체육 관련 학과의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지원을 고려해 볼 만한 학교라 생각합니다. 체육 관련 학과의 경우 대부분 실기 시험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학교별로 평가 항목과 기준이 달라서 늦게 준비할수록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한국삼육고의 경우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학교 법인인 삼육학원이 경영하는 학교라서 종교색이 짙은 학교입니다. 물론 모집 요강에는 이런 면을 특별히 부각하고 있지 않지만, 교육 목표와 건학이념 등에는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만큼 이런 점을 알고 지원하면 좋을 것 같네요.
전기고와 학교장 선발 후기고에 합격이 결정되었다면 교육감 선발 후기고 지원은 불가합니다. 영재고, 과고, 예체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 원하는 고등학교에 지원했지만, 모두가 합격하는 것은 아니니 대안이 있어야겠죠? 안타깝게 떨어졌더라도 교육감 선발 후기고에 지원하면 됩니다.
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 입시, 그중에서도 교육감 선발 후기고 전형을 '뺑뺑이'라 부릅니다. 다니고 싶은 학교를 지망 학교란에 나란히 적더라도 반드시 원하는 학교에 배정되는 건 아니라서요. 서울의 경우 1단계는 서울 전역 모든 일반고등학교를 대상으로 2개의 학교를 선택해 지망 가능하고, 2단계에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구가 속해있는 일반학교군에서 2개의 일반고등학교를 선택해 지망할 수 있습니다. 단, 국제고, 외고, 자사고 중 하나를 선택해 이미 지원했다면 1단계는 선택할 수 없고, 2단계의 2개 학교부터 선택 가능합니다.
서울의 경우는 교과와 비교과 점수를 합산해 3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석차 백분율을 산출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학교별 정원에 따라 임의 배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1단계에서 20%, 2단계에서 40%추첨해서배정한다고 하지만 학생이 몰리는 학교는 언제나 늘 몰리기 마련이라서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답니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는 대체로 기준이 이렇습니다. 내신 받기 쉬운 학교인지, 학생 수가 지나치게 적은 것은 아닌지, 통학하기는 괜찮은지를 따지죠. 하지만고등학교 생활은 어디든 고되고,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물으면 자기 학교에 만족하는 학생은 웬만해서 찾기 어렵습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물으면 자기 학교를 비교적 '괜찮은 학교'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물으면 다니고 있는 학교는 언제나 '헬~'이라고 말합니다. 자소서 컨설팅을 하다 보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맞나 싶을 만큼 생기부 페이지수도, 교과 세특 및 비교과 내용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떤 학교에 가느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충실히 수업에 임하는가, 교과 내용에서 호기심이 생기는 대상이나 주제를 찾고 그것을 탐구하려는 자세를 갖추었는가, 상대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을 세워 끈기 있게 성실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밖에 후기고 입시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중점학급입니다.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트렌드와 기술이 과학 교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서울의 경우 학교별로 과학중점학급이 운영되는 학교가 스무 곳이 넘습니다. 과학중점학급(줄여서 과중반)은 과학 과목의 단위(학점)가 일반학급에 비해 높고, 심화된 과학 탐구 및 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중점학급이 운영되는 학교는 1개만 지망할 수 있고, 일반고보다 먼저 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과중반에 배정된 후에는 일반학급으로의 변경이 불가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탓에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공계 진로를 고려하면서 과학 분야에 흥미를 넘은 관심과 적성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한 번쯤 지원을 고려해 보면 좋겠습니다.
쓰고 보니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문, 정보, 예체중점학급이 과학중점학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쏠림 현상이 대입뿐 아니라 고입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죠. 포스텍 융합대학원 소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학 기술 인재 양성을 부르짖고 이공계의 문을 넓혔지만, 결국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문과적 소양과 이과적 자질이 모두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죠. 여전히 자신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에게과학 과목을 좋아하는지, 수학을 잘하는지 질문한다면입시에만 국한된 좁고 답답한 물음이 아닐는지요.
글을 쓰지 못했던 한 달반의 시간 동안 교육계는 참으로 시끄러웠습니다. 학부모 교육을 하는 강사로서 저 역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내 아이에게 꼭 맞는 해답을 요구하는 학부모님들이 갈수록 많아집니다. 손쉽게 해답을 구하고 싶어 하는 갈급한 마음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변화무쌍의 시대를 살아갈 내 아이를 걱정하는 불안의 크기와 비례하는 듯합니다. 지식의 반감기는 갈수록 짧아지는데 지금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하고, 과거를 살았던 내가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함부로 조언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자문하시더군요.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과거에 했었고, 현재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세상의 흐름에 촉을 세우고, 서치하고 리서치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제 강의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우리 아이는 계속해서 자라고 변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시가 출렁거려도, 교육체제가 변해도 이 모든 것을 떠나 세상과 소통하며 질문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해 나가는 노력,실패에 부딪히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익힘의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의 축적, 마침내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삶.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이야말로 궁극의 '자기주도'가 아니겠냐고요.
그것을 지켜봐 주고, 자녀가 도움을 청할 때 기꺼이 손잡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존재가 부모이면 좋겠다고 말이죠. 서치하고 리서치하는 부모는 분명 미래를 준비하는 부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