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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Sep 06. 2023

부럽습니다 어머니~

딸아이 상담을 다녀왔습니다


큰아이 담임 선생님을 뵙고 왔습니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외고는 야간 자율학습이 필수라서 선생님들의 상담 시간도 늦은 밤까지 열려있습니다. 덕분에 2학기, 딱 한 번 있는 특별한 상담에 남편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40분의 짧은 상담 시간 동안 무엇을 질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아이도 저도 처음 겪습니다만 긴장감은 수험생 못지않습니다. 상담하러 가기 전, 딸아이의 1학년 생활기록부와 2학년 1학기 성적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다양한 교과 활동, 독서로 이어지는 수행 과제와 비교과 활동들은 언제나 벅차지만, 덕분에 생기부는 풍성하고 기술은 구체적입니다. 글자수 제한이 있어서 그동안의 모든 활동을 전부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위주로 기록된 생기부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기록되지 못한 그 밖의 것들은 분명 아이의 가슴과 머리에 차곡차곡 쌓여있을 거라 믿습니다.


1학년 첫 학기는 좌충우돌 적응기, 멘털 엉망진창 시기였습니다. 교실 분위기와 친구들끼리의 미묘한 신경전에 영향을 크게 받았던 때라 성적이 들쑥날쑥했죠. 그리고 그런 자신의 성적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쉴 때는 불안하고, 책상에 앉으면 온갖 망상에 사로잡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여름방학을 보냈습니다. 자신에게 필요 이상의 자극을 주고 그걸 해결하지 못해 또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스로 정해놓은 시간을 지켜가며 나름으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멘털을 부여잡고 그 시간을 버텨내는 딸아이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딸애는 학원을 정리했습니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자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등록하긴 싫다고 했습니다. 돈도 시간도 모두 낭비라면서요. 대신 학원에 오가는 불필요한 시간을 몽땅 혼(자)공(부)에 쏟아부었습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믿고, 끊임없이 시험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랐습니다. 1학기 때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이가 자기 성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달성가능한 목표를 잡았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내가 왜 이 성적밖에 안 되느냐', '내가 일반고에 갔더라면...' 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는 "혼자서도 이렇게 흔들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할까? 엄마라면 그렇게 못했을 텐데..."라며 아이의 행동과 용기에 끊임없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덕분에 의미 있는 교과우수상을 두 개나 받고, 성적도 제법 올라 기분 좋게 1학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방학엔 인강을 듣고, 몰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부족했던 과목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했죠. 자신을 향해 쏟아낸 모진 말들을 아빠는 무한 칭찬과 응원의 말로 덮고, 매일 밤 반성을 넘어 자책하는 아이를 제 두 팔로 꼭 껴안으며 그렇게 겨울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모의고사 성적이 쑥 올라 학력경시대회 최우수상을 받고, 2학년 1학기 말에는 교과우수상을 무려 다섯 개나 받았습니다. 걱정과 불안을 채찍질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담임 선생님은 크게 칭찬하셨고, 한 마디 덧붙이셨죠. "부럽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과목별 등수와 등급만으로 아이의 좌표를 정확히 읽어내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과목 합산 점수와 주요 과목 합산 점수를 따로 계산하여 아이의 전교 등수를 물었습니다. 이건 꽤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부모 상담 전, 아이와 따로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공에 관한 질문을 하였고, 관련성 높은 학과로 진로를 튼다면 현재 생기부로 가능한지도 물었습니다. 또 상향, 적정, 하향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추천해 달라고도 했죠. 선생님은 수년간 축적해온 입시 결과 데이터를 근거로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의 성적으로만 놓고 보면 아이가 원하는 모든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물론 지원과 합격은 별개의 문제지만, 앞으로 남은 두 학기의 성적 관리가 매우 중요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내일은(그사이 자정이 넘어 오늘이 되었군요) 9월 모의평가가 있는 날입니다. 자신이 그간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고단한 학창 시절일지라도 그 안에서 소소한 성취와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있길 맘속 깊이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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