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
요즘 한 가지의 고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텀블벅 독립출판 펀딩'이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한 권 내보는 것이 올해의 작은 목표였고, 지속적인 글쓰기를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 권의 책 분량을 마무리 지었고, 좋은 디자이너분을 만나 책 디자인도 마무리 하였다. 책을 인쇄하기만 하면 되는 정도로까지 마무리를 지었다. 현재 독립출판에 관련된 책과 class 101도 듣고 있는데, 책을 홍보하는 방법 중에 텀블벅 펀딩이 있었다. 나 역시 몇 번 텀블벅에서 책이나 물건을 구매한 이력이 있었고, 독립출판으로만 만날 수 있는 책들이 재미있고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안 해보는 것 보단 해 보는 게 낫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 직장인인데 텀블벅 펀딩도 해보고, 좋은 경험과 도전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일 몇 날을 이미 올라온 텀블벅 책 펀딩 글들을 열심히 보고 또 보았다. 일단, 포토샵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내 기준....) 책 설명과 상세내용이 많았다. 게다가 엄청난 특전들은 또 무엇인가. 단순히 책을 올린다고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내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부딪힐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막막했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여태까지의 인터넷 활동(..) 이라고는 브런치에 글 쓰는 게 전부였던 내가? (참고로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틱톡도 아무것도 안 했었다.)
막막하긴 한데, 시도조차 해 보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예술쪽과는 거리가 먼 매우 이과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창작자로서 무언가를 올려볼 일은 흔하지 않다. 많이 부족하던 아니던, 나름의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나의 창작물이고, 그 창작물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건 당연했다. 사실 나는 그 동안 커리어적으로 실패를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어떻게 보면 내 분수에 넘을 만한 일에는 도전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뜻이다.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일, 내가 조금 노력하면 될 것 같은 일만 했다. 그래도 먹고 살 수 있었고, 그냥 그것에 만족하며 지내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었다. 자기 만족으로 시작한 일이니까, 그냥 내 돈으로 출판해서, 독립서점에 부탁하여 입고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나눠주고, 꼭 책이 잘 팔리지 않아도 내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마음도 편했다. 실패하고 상처 받기 싫어서 아예 기대를 접어버리는 것. 그리고 목표치를 매우 낮게 잡아버리는 건 매우 쉬운 일이지만, 그 만큼 경험하고 얻는 것도 적을 수 밖에 없다.
고민끝에, 텀블벅 펀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펀딩이 성공하던 안 하던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부족하더라도 진실된 마음을 모토로 책의 상세설명을 작성했다. 스스로에 대해 너무 밝힌 것이 하나도 없나 싶어서, 작가에 대한 소개도 좀 더 자세히 덧붙였다. 창작자로서 살아가는 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구나. 결국 실재하는 자신을 어느정도 드러내야 하는 구나 싶기도 했다. 디자이너분의 도움을 받아 상세설명에 들어갈 이미지 파일도 몇 장 만들어 넣었다. 책 표지를 홍보할 귀여운 이미지 파일도 제작해 주셨다. 특전을 만들지 말지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하기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요즘 대행해주시는 업체가 많다) 미니멀리즘의 측면에서 빼기로 했다. 사실 펀딩의 흥행을 위해서는 특전이 꽤나 중요한 부분이라, 이것을 빼는 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딱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갖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 스스로가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책을 사는 그 누구에게나 쓸모 있는 특전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안 그래도 책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미 미니멀리즘이 아닐 수도 있는데, 최소한 내가 만드는 펀딩에서는 과감하게 특전을 빼 보자고 마음먹었다. 왠지 여기서부터 이미 망할 펀딩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홍보였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브런치를 하고 책을 쓰는 것을 거의 말하지 않았다. 이러한 감성에 대해 이해해 줄 단 2명의 지인을 제외하고는 사실 가족도 내 브런치 주소를 모른다. 그 외 다른 친구들은 가끔 글을 써서 어디 올리는 줄만 알지, 전혀 브런치 주소도 내용도 모른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 단 첫번째는 주변에 주식과 부동산을 열심히 하거나 명품을 좋아 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에 대해 오히려 어떠한 영감을 얻고 그로 인해 내가 내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되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주변 지인들이 내 글을 보게 된다면, 내가 아주 내면의 솔직한 부분까지 꺼내어 쓰기는 힘들 것 같았다. 두번째는 그럼으로 인해서 혹시 주변 사람들이 상처입게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주식이든 명품이든 나는 각자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 내 관점에서는 이러이러하다 라고 글을 쓴 것인데, 어떻게 보면 싸우자는 것 처럼 들릴 수도 있어서였다.
아무튼 그래서 주변 지인에게 홍보하기는 안 되고, 게다가 원래 SNS를 좋아하지 않아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등 아무것도 안 했으니, 이게 알려질래야 알려질 수가 없었다. 브런치에 홍보글을 올리긴 했는데, 나는 아무래도 텀블벅 펀딩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현재 36%의 달성률을 보이는 데 그 이상으로 전혀 올라갈 기미가 안 보인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는데, 요즘은 처음부터 올리지 말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알려준 딱 2명의 지인에게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또 다른 자아도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처참한 실패라니.
문득 그래도 생각해본다. 내가 이렇게 부끄러운 실패를 한 적이 언제였던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여보는 것도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표현해야지만 가능한 용기의 일이 아니던가. 나에게만크마은 너무나 어려웠던 텀블벅 펀딩이라는 것을 도전해보고, 장렬히 마음이 쓰린 실패를 해보는 것이 얼마나 또 큰 경험인가. 이렇게 아픈 실패를 해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았다. 은근히 이 감정이 새롭고 낯설게 느껴졌다. 실패 자체는 슬픈데, 실패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기분이 괜찮았다. 나, 아직도 어른이 되어서 뭔가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고 실패를 했구나. 신기하다.
아이일 때는 걷는 모든 순간이 도전과 실패의 역사다. 그러다가 한 번 걷기 시작하면 그 모든 실패는 결국 성공의 과거가 되어버린다. 무릎이 까지는 것이 두려워 걷는 걸 시도하지 않으면 평생 앉아서 생을 보내야한다. 내 신체의 무릎은 시간이 지날 수록 약해질지 모르지만, 내 마음의 무릎을 약하게 만드는 건 내 스스로의 두려움이다. 아무튼, 넘어지더라도 걷고 또 걸어보려 노력해야지. 지금 텀블벅 펀딩이라는 아픈 무릎의 멍은, 또 앞으로 걸어나가기 위한 훈장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 그런데, 아직 텀블벅 펀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7일 남았어요!
실패를 각오한 일이기는 하나, 그래도 최선을 다해 홍보 해 봅니다!!
브런치북의 내용을 수정하고 다듬어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글 쓰는 시간보다 다듬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어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작은 펀딩에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