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정 Jun 07. 2023

불혹넘어 첫 알바. 옷가게알바.

출근길지하철은 오랜만이다

6년 전 부터 좋아했던 옷브랜드가 있다. 온라인기반의 브랜드인데 기본스타일들이 많아 출근룩이나 하객룩으로 좋고 만듦새가 꼼꼼할 뿐 아니라 SNS로 소통도 원활한 편이라 백화점브랜드보다 오히려 신뢰가 갔다.


옷을 자주 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대소사가 생겨 어쩌지 싶을 때 생각나는 브랜드였다.


얼마전에 "럭키으네"라고 하여 b급 제품 혹은 a급옷도 입고 찍은 사진 보내주실 분 선착순! 하시는 글에 저요저요! 하면 보내주시는 히든이벤트가 있어 연속으로 몇 번 당첨되며 쑥스럽게 숨겨온 샤이했던 충성심을 드디어 물 위로 드러내보였다.


오지랖인지 충성심인지 SNS에 "으네드레스"를 언급해가며 받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으네님의 좋아용에 마음 설레고 막 그랬다.


 그러던 중 5월말에 강남 모처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데 아르바이트를 구인한다글이 올라왔다.

어머!

나는 마침 퇴사상황이고, 공휴일도 있으니 할 수 있겠어!

남편과 일정을 조율하고 컨펌받아 팝업을 여는 4일 중 2일을 일하기로 했다.


고속터미널 리모델링하고 처음 가봄...ㅋ

 

대학생이던 시절 아빠가

"돈걱정은 하지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돈걱정은 안했고 공부는 못했다. 청년인턴 같은 일은 했었는데 옷가게알바는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설렜고 기대됐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라니. 유후!


 

남편은 알바가 시작되기 일주일 쯤 전부터

앉아서 하는 일이 아니지 않냐, 괜찮겠냐.

젊은이들 사이에서 괜찮겠냐

지하철로 1시간 넘게 걸리는데 괜찮겠냐.

괜찮겠냐

괜찮겠냐

괜찮겠냐


처음엔 걱정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는데 한 오천육백번 정도 비슷한 류의 '괜찮겠냐'는 말을 들으니

이 사람은 정말 나의 안위를 걱정하는걸까,

나이가 많아져버린 나를 돌려까는걸까.

여러가지로 의심스러웠지만

이 행사와 알바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나는

느무나 설레설레설렜다.



주로 으네고객들로 알바생들이 꾸려진 것 같았고

오프라인 사전모임은 없고 카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공지가 올라왔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9시

팀복을 입고 근무할 것이며

보직에 따라 근무내용과 장소가 공지되었다.


10시까지 고터에 도착하려면 8시30분엔 출발하는게 안전하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학교가는 날에도 8시전에 일어나는 게 힘든데, 알바하는 날은 7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허허^^


화장을 하고 나름 갈아입기 좋은 옷이라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출발했다. 출근시간인데도 지하철이 한산하다. 이 동네는 별로 출근하는 사람이 없나. 지하철로 출퇴근 안한 지 거의 10년이 지나서, 그 사이 출퇴근 문화가 바뀌었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평일 점심에 가까운 시간보다도 사람이 없다.


도착해서야 알았다.

이 날이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이라는 것을.

아, 그래서 사람이 없었구나.


생각보다 지하철은 빨리달려 9시20분에 고터에 도착했다. 이 근처의 스타벅스가 멋지다길래 일부러 오긴 어려우니 스벅에서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을 해결해야겠다 생각했다.






스벅은 넓고 쾌적했고 사람이 별로 없었고, 커피는 익숙하고 맛있는 맛이었고 토스트도 따뜻하고 다 먹으니 든든했다.


이제 진짜 출발!!


9시48분에 일어나 팝업장소로 갔다.

아니, 이게 머선129

알바분들이 벌써 팀복으로 환복하고 명찰까지 패용한 뒤 도열해계셨다.



시간은 가까스로 9시59분인데....?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하였다, 인사도 식사도 없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