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서른살이 넘도록 평생 끈기있게 무언가를 길게 해본 일이 거의 없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아 항상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시작하고 배워보고 하는 일들은 엄청 많았지만 무언가를 장기적으로 해본 일은 지금껏 거의 없다.
글쓰기도 비슷했다. 고등학생 시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문학과 글쓰기에 불타올라 몇달간 몰입하며 시를 썼던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공모전에 떨어지고 입시 공부에 매진하며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열정도 함께 사그라 들었다.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이후에도 쭉 이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더 재미있는 일들에 밀려 늘 후순위였고 공을 들여 글을 쓰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 대략 5-6년 전, 새로운 학교에 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교육과 삶에 대해 깊이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게 됐다. 매일매일 교육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는데도 무언가 풀리지 않는 갈증같은 것을 느꼈다. 늘 고민은 깊이, 많이 하는데 그 생각들을 말로 푸는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말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내 영혼에 새기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고민들이 기록되지 않아 마치 휘발되어 버리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게 됐다. 고민들이 날아가버리는 것이 아쉬워서, 말로 다 풀어낼 수 없어서, 어딘가에라도 내 삶을 쓰고 싶어서. 나름 비장한 시작이었다. 보통의 나처럼 끈기가 없어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도 있었으나 계속해서 좋은 사람들과 영감을 주고 받았고 교육과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기에 나의 글쓰기도 끊임 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고맙게도 나의 글쓰기가 계속되며 고민도 깊어지고 내 삶도 더 깊어졌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그치지 않고, 교사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까지 이어지며 나는 정말 글을 쓰며 내 삶을 가꾸게 되었다. 숙고하고, 쓰고, 또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 그런 과정을 겪어가며 나는 쓰는 사람이 됐고 씀으로 삶을 가꾸는 사람이 되어간다.
어딘가에 내 글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브런치. 브런치에 글을 쓰며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됐고 아주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매주 한 두편의 글을 쓰게 됐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부끄럽지만 여러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도 즐겁다. 혼자만의 공간이 되리라 생각하며 시작한 글쓰기지만 다른 사람에게 글을 내어보이는 '작가'의 경험도 할 수 있어 즐겁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그리고 더 나아가 삶을 나누는 글쓰기까지.
나의 '글쓰기'는 이제 또 다른 기대를 한다.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