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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Mar 20. 2024

어떻게보다 왜를 먼저 고민하는 학교

철학을 쌓는 것이 가장 우선이어야 한다

우리학교에서는 늘 ‘왜’와 철학을 중심과 바탕에 놓고 살아간다. 아이들을 위해 아무리 좋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철학과 맞지 않으면 폐기한다. 그것을 때로 구속이라 느끼기도 했지만 가면 갈수록 그 구속이 좋고 재미있다. 한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그것에 따라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나도 교사로서 그것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주체로 살아간다. 교육과정에 대해 고민할 때도 우리의 철학과 맞는지를 면밀하게 살피고 고민한다. 철학이 없는 학교에 비하면 오히려 자유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어렵지만 그것이 또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 이렇게 우리 학교 사람이 된다. 나의 개인적 삶도 학교 철학에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철학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교사인 나부터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 철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약속’을 실천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가 않다. 그저 우리 학교 사람 중 한 명이다.

 

아이들이 지키고자 노력하는 '약속'은 예컨대 이런 것들이 있다.

 

 

-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과 매체 사용을 지양한다.

   (구체화 방안: 손전화 사용 제한. 가정에서도 미디어 노출 제한. 교사는 수업에서 무분별한 미디어 활용 지양)

 

- 스스로 자기 삶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구체화 방안: 가정에서 충분한 휴식 시간, 스스로 자기 삶 돌아볼 수 있는 시간 확보, 학교에서는 교사와 아이가 함께 알림장, 배움나눔안내 활용하여 자기 삶 챙기고 가꾸기)

 

- 인스턴트나 탄산음료 먹기 자제하기

- 고운 말 쓰기 (욕하지 않기)

- 친하게 지내기 (때리지 않기)

- 정리 잘 하기 (남을 생각하기)

 

 

오랜시간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살아오면서 스스로 세운 약속들이 일종의 규범이 된 것들이다. 약속은 우리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범이다. 규범은 법이나 규칙이 아니다. 삶에서 저런 모습을 지향하며 살아가자는 공동체의 약속에 가깝다. 이런 철학을 공유하고 저런 약속들이 왜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지리하지만 꼭 필요하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성장해가며 약속을 실천하면서 동시에 '왜'를 고민하게 된다. 단순히 약속을 규칙이라 여기며 따르고 지키는 것을 넘어 삶속에서 우리가 저것을 '왜'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그 고민을 나눈다. 그 나눔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숙하면서 우리 학교의 철학을 더 깊이 삶에서 지향하게 된다.

 

보통의 교육 조직은 왜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한다. 왜를 생각하지 않고 효율적인 방안을 찾고자 한다. 우리는 '왜'에 대해 고민하며 이후 효과적인 최선의 방안을 찾는 단계로 나아간다. 굉장히 더디고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때로 우리는 비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어떻게)이 무엇인지 찾아 나간다. (살아보니, 왜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것은 오히려 쉬운일이다.) 그런 교육을 바탕으로 남한산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스스로 고민하고 책임지는 주인으로 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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