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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way of seeing Mar 23. 2022

New normal multi-persona space

팬데믹 이후 도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공간 재편에 관한 견해


■ 인류세의 아픔은 새로운 표준을 정립한다 [Adversity and loss make a man wise]     


‘뉴 노멀(New normal)’은 ‘새로운 표준’이다.

용어는 세계적인 투자자 로저 맥나미(Roger McNamee)가 처음 명명하며 사용하였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나타난 새로운 경제 질서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대유행 후 인간 행동의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로써, 특정한 사회 격변 이후 새로운 사회적 표준(Standard)이 일상화된 미래를 가리키는 말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인류 역사의 획기적 발전은 항상 예견치 못한 외부의 고난이나 변화를 수용하는 가운데에서 진행되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제2차 세계 대전이 우리 부모 세대를 정의한 사건이라면 코로나 19는 현시대를 정의하는 잊지 못할 사건이다”라고 주장하였으며 그에 따라, 코로나-19가 인류의 역사, 개개인의 일상에 미칠 영향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짚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공간 재편의 뉴 노멀은 선뜻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교수님 저에게 왜 이런 어려운 과제를 주셨는지). 그 이유는 우리가 ‘현재’의 변화 상황 속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맥락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상시화 된 시대에는 변화나 위기를 이해하는 위기 이해력이 떨어지면 그것이 곧 나의 위기가 된다. 내 경험의 암묵지(暗默知)가 또 타인과의 대화와 교류의 시간을 거쳐 합의된 형식지(明示知)의 지혜로 드러나기까지 불가분의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제는 탐독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변화하는 생활을 선뜻 예측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은 전제 속에서, ‘도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공간 재편’에 관해 논하기 위해서는 그 맥락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를 찾고 그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저자는 ‘도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공간 재편’을 구성하는 현실의 요소들을 찾아 과제에 답하고자 하였으며, 그 구성 요소로 3가지를 선택하였다.




- 첫째, 이 시대의 사람이다. 과거를 경험하였으면서, 동시에 현재의 변화와 아픔을 겪은 이 시대의 사람의 특징이다.

- 둘째, 경험으로부터 얻은 습관이다.

- 마지막으로, 셋째, 그 습관이 만들어낸 행동의 양상에 초점을 맞추어 하나의 공간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습관의 변화가 가져온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유추할 수 있고, 둘째, 행동의 변화 양상이 공간의 재편을 이끄는 방식에 대한 견해도 기술하고자 한다.







■ 물리적으로 고립된 나, 여러 세상과 다르게 소통하는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나음보다 다름』이라는 저서에서 홍성태 교수와 조수용 대표는 현대 소비자를 겨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속에 ‘다르다’라는 인식과 차별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하였다. MZ세대는 지극히 개인화된 사람들이다. 온라인 매체와 개인 소통 도구로 중무장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면서 가장 사회적 활동이 활발할 시기에 코로나로 인한 ‘집콕’을 경험하였다. 자의든 타의든 물리적으로 혼자인 것이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릴스, 트위터, 메신저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부캐(부-캐릭터의 줄임말)’를 생산하는 집단이다. 물리적이고 전통적인 ‘육체’를 기반으로 한 만남과 소통을 할 수‘는’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셜(Socical media) 속에서’ 보여지는 ‘나’의 이면을 드러냄으로써 다양한 자아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들에게 경험 가능한 세상은 너무나도 분화되어 있으며, 그 다양한 세상 속에서 나의 정체성(Identity)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0」, 미래의 창, 2019

 이러한 점에 특징에 비추어본다면, 코로나 격변의 시기는 오마주 된 서로 다른 페르소나(persoan)의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면서 아날로그를 경험하고, 디지털을 활용하여 공부하여, 플랫폼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세대.

2030 세대가 흥미를 가지는 장소는 경험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강조해줄 수 있는 공간이다. *김난도 외,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미래의 창, 2019 .  그리고 그들은 기꺼이 그 번거로운 취미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페르소나 :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한다. 이후 라틴어로 섞이며 사람(Person)/인격,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되고, 심리학 용어가 되었다. 현대 이탈리아어에서는 그 발음 그대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깊게 들어가면 SNS에서 사용하는 프로필 사진이나 어떤 인물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특정 고유 이미지 같은 것 역시 페르소나로 설명하기도 한다.

*나무 위키, 「페르소나」, https://ko.wikipedia.org/wiki/%ED%8E%98%EB%A5%B4%EC%86%8C%EB%82%98_(%EC%8B%AC%EB%A6%AC%ED%95%99)









■ 어쩌면, 도시의 변화를 견인하는 내재적 힘은 습관이 되어버린 자기 PR?



 좋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소비세대의 변화를 토대로 그들의 습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난도 교수가 최근에 펼쳐낸 저서에서는 소비공간에서의 큰 변화를 이끄는 젊은 소비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글로벌 브랜드에 익숙하고,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녔으며, 선진 소비문화에 익숙하다. 이러한 세대들이 그들의 부모님의 취향에 맞춘 백화점에 더는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화점을 ‘백 가지 물건을 파는 점포’, 다시 말해서 ‘갖가지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는 집 또는 장소’는 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기성세대가 ‘없는 것이 없는’ 백화점에 열광했다면, MZ세대는 ‘온갖 물건을 갖다 놓기만 한’ 기존의 개념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중략)
그들의 관심은 다른 세대를 유입한다.

(중략)
그들은 자기만의 확실한 호불호로 ‘나만 아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공간이 있다면, 불원천리를 찾아갈 수 있는 고객군이다.

 

김난도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젊은 소비계층은 4050에 비하여 소비력이 높지 지만 그를 대신하여 트렌드를 만들고 온라인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것이 새로운 세대의 첫 번째 습관이다.     



 - 습관 1. 집객과 이슈몰이

 개인의 의사 표현 창구이면서 동시에 광고의 매체가 되는 SNS는 자연스럽게 집객과 이슈 확산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그 매체를 활용하는 신인류는 개인의 의사 표현, 집객, 이슈 확산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마니아틱하고 확고한 취향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지니게 되었다.



 - 습관 2. 나다움(Be myself)

 왜 이들의 취향은 이토록 확고하고 눈에 띄게 개성 있어 보여야 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채널이 많아지면 ‘차별화(Differentiation-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별화에 실패하면 무리에서 눈에 띌 수 없다. 사장되면 진정한 의미에의 ‘고립’에 닿게 된다. ‘물리적으로는 고립되었으나 세상과 능동적으로 소통했던 나’는 사라지고, ‘물리적으로도 –완전히- 고립된 나’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던 와중에 인간의 고유한 식별 코드였던 얼굴의 절반이 가려졌다. 이 또한 모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모두 하얀색의 천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시각적 이름표를 절반이나 감추게 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무엇이 촉매였든, 결과적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차별화(Differentiation-분화)가 동질성(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의 또래 집단을 형성하고 그들 커뮤니티 안에서의 ‘소통’을 보장하게 다. ‘나다움(BEING MYSELF)’을 통해 적정한 거리 반경에 위치하는 ‘우리집단’을 만드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이 이미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물론 물리적으로 대면하지 않고도 비슷한 취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온라인의 무구한 일조가 있었다는 전제하에 가능해져 왔다.)     



 -  습관 3. 나만의, 나만 아는(One and Only) VS 남들 다 가보는데 나만 못 가본

 관심과 시간만 있다면 모두에게 공평한 정보가 제공되는 세상이다. 설령 오늘 내가 이 지식을 이제야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오래도록 나의 고유한 소유이기 위해서는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은 어디를 가든지 곧 ‘이 장소가 더 알려지기 전에(Well-known)’더 즐겨야 한다는 ‘기한제’ 경험의 습관은 장소를 경험하는데 많은 걱정과 우려,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변화가 상시화된 시대’의 또 다른 아픔이다. 아무리 내 취향이라도,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없다면 내 장소가 아닌 곳이다. 떡상(아주 인기를 끌게 된)한 카페의 마카롱이 눈앞에 아른거릴지라도, 타인으로 인해 변해버린 그 공간의 분위기를 용납할 수 없다. 또, 남들은 다 가봤으나 이미 인증 기한(SNS 유행 기한)이 지나버린 장소는 가보려 해도 선뜻 발길이 닿지 않는다. 참으로, 모순적인 양상이다.









■ 콘텐츠의 시대, 내 이야기를 채우려면 빈 도화지가 필요하다.



 언제부터, 나를 드러내는 것이 당연한 습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습관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습관은 플랫폼의 날개를 달고, 개인의 창의력과 창조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게 되었다. 소비자의 창의력과 창조력이 폭발하면, 소비자는 계획가가 의도한 대로 소비하려 하지 않는다. 내 습관의 양상대로, 내 행동의 방식대로 공간마저 소비하고 싶다. 그럴 때, 필요한 장소는 채워진 장소(Soild)가 아니라 비어있는 장소(Void)이다.


 건축에서 보이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가가 의도적으로 비워둔 공간, 비워둠에 따라서 여백으로 강조한 공간, 여백이 이용자에게 방향과 동선을 제시하고, 휴식과 가변성을 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공간과 공간 사이에 전이와 연결을 담당하는 공간이 빈 공간인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너와 나의 거리 2m’를 유지하기 좋은 안전지대의 이미지까지 구축하게 되었다.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도시 안에서 떠오르는 몇 가지 대표적인 보이드가 있다. 공원(公園), 광장(廣場), 도로(道路). 모두 2019년 이후 도시 안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공간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동선 계획과 상품 기획에 메카였던 상업 시설(retail)도 공간에 개인의 경험을 넣을 수 있도록 Void를 선택했다.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의 ‘Sounds forest’, ‘Waterfall garden’이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림 1. ‘Sounds forest’ 조감도


그림 2.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의 'Sounds forest’ / 출처 : https://www.thehyundaiseoul.com/voyage/2



그림 3. 더 현대 서울의 Waterfall garden 전경 / 출처 : https://www.thehyundaiseoul.com/voyage/2

 뿐만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마니아를 대상으로 꾸준히 주목받는 공간이 또 있다. 인구의 97%가 살지 않는 공간, 도시처럼 밀집되지 않은 공간, 그래서 사람도 없고, 그 덕에 덜 알려졌고, 따라서 나만 찾을 수 있는 공간. 내가 가서 찾아내고 숨어버리고 싶은 공간, 바로 비-도시지역, 농촌, 로컬(Local)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려진 공간을 찾아 콘텐츠를 입히고 자신의 색을 입히고 야금야금 나를 닮은 공간을 생산하고자 하는 습관이 있는 한은 로컬의 색다른 부흥에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 Void : 존재하지 않음' 혹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 혹은 그러한 공간을 일컫는 단어이다.

공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보이드는 꽤 현명한 역할을 해낸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공간 사이를 매개해주는 데에 보이드만큼 효과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빈 공간은, 각자의 색을 띤 공간들이 서로 만나 자연스레 교집합을 이룰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미술관에서 각각의 전시실이 만나는 로비가 그러하고, 다양한 시설들이 가운데인 광장이 그러하다. 보색인 빨강과 초록 사이 어떤 색을 넣을지 아무리 고민해봐도 흰색만큼 그 두 색을 잘 조화시키는 색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공간을 사용하는 처지에서도 보이드는 필수 불가결한 장소이다. 일반적으로 뻥 뚫린 공간은 사용자에게 ‘내가 어느 중요한 지점에 있구나’라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큰 건물의 로비는 보이드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곳은 동선이 집중되는 곳이므로, 공간 사용자의 선택 폭이 넓다. 목적지를 찾아 들어갈 수도, 다른 편의 복도를 걸어 내려가거나, 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건물에 들어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이 공간은 심리적으로도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한숨을 들이켜고, 위아래를 훑어보며 목운동도 살짝 하면서 어느 길을 택할지 혹은 이 공간에서 조금 더 머무를지 선택을 한다. 보이드는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쉼’이다. 빡빡한 솔리드 사이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쉼표의 공간이다./무(無)의 디자인, 보이드(void), 이소혜 기자, 스페이스, 2013/ https://www.jungle.co.kr/magazine/7506 






 



 이상,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에 집중하여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공간의 재편 방식을 나름대로 상상해보았다.




 긴 글을 요약하자면,

앞으로의 공간 재편의 방식은 나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의 여백 확보 형태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형태는 개성 묻어나는 공간을 찾아 나서는 방향’으로, 

공간 계획가들의 설계 패러다임은 능동적 경험의 제공을 원칙으로

전개되리라 예측해본다. 그리고 이 원칙으로 재편되는 공간을 나는 ‘Multi-persona space’라고 칭하자는 마케팅 업계의 의견에 어느 정도는 동의를 보낸다.

(미 마케팅 용어로써 유행시키고자 만들어둔 신조어이기 때문에) 


 본 고에서 다 다루지 못하고 나열하기만 한 여러 공간과 그 공간 안에서 새로운 세대가 개척해가는 위기의 대처 방식, 그 행태와 양상에 대한 고민은 차차 더 많은 공부와 연구를 통해 정리할 수 있기를(능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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