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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Jul 10. 2020

딸아이와 전화하기

책가방무게 들어주기

딸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끔씩 전화를 한다
그렇게 전화하고 싶은 날이 있단다
오늘따라 책가방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힘겨움을 잊어볼 요량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했단다

'아빠, 가방이 너무 무거워'
전화를 받아 줘서 고맙단다
회사원일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너무 좋단다. 그땐 뭐가 중요한지
아빠는 몰랐단다. 친구처럼 전화해 주는
딸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고맙

딸아이가 집에 갈 때까지
마중을 해줬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같이 등교하던
절친에게 일곱 번이나 전화를 했고
몹시 걱정을 했단다. 나중에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친구 목소리가
오늘따라 그리 반가웠단다. 많이 걱정했단다

비는 오는 둥 마는 둥
우산을 접었다 폈다 몇 번을 반복하던 찰나에
교복은 젖어있었고, 꿉꿉한 상태로 교실로
들어가니 에어컨 바람 때문에 고생했단다
급식은 무얼 누구랑 같이 먹었고
그 친구는 야채를 싫어한다며
편식쟁이 친구 흉도 본다
'너도 안먹는 반찬 있지'라고 물어보니
자기는 심하지 않은 편식쟁이란다
집에 오는 길에 고양이를 보았는데
살이 많이 올라 다이어트를 해야 된단다

그렇게 한참을 재잘거리더니 집에 도착했단다
가방의 무게가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아빠랑 전화하느라 못 느꼈단다
아빠도 그 시간으로 오늘이 조금 가벼워졌단다
늘 같이 가던 친구의 결석이 걱정되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맘에 우정이 쌓였단다
내려놓을 수 없는 어깨의 짊이 부담스러울 땐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하면 된단다
가방을 대신 들어줄 수는 없지만...,
가방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해 줄 수 있단다
그렇게 토닥이며 도란도란 사는 것이란다

#딸 #전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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