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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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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현 Oct 04. 2023

수현(修賢) 1



     사랑 주는 일만큼이나 받는 일도 중요합니다. 받는 게 서투른 사람은 주는 일도 서투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온전히, 잘 받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내 오랜 아픔이 있는 그대로 듣기를 온몸으로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히 귀를 열어야 합니다. 사랑이 건네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훌륭한 위로자는 스로에게도 훌륭한 위로자일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대에게 위로를 건네는 일과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일은 서로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는 제법 훌륭한 위로자이지만, 스스로에게는 끔찍한 폭군 같은 사람을 우리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스스로에게 위로 건네는 일이 여전히 버겁습니다. 연습이 많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타인에게는 제법 괜찮은 위로도 건넬 줄 알아서, 또 한껏 감사히 받아낼 줄도 알아서 그 괴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참 오래도록 가슴을 앓았을 것 같습니다 그가.   


     그가 줄 수 없는 이유는 받지 않기 때문이고, 그가 받지 않는 이유는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듣는 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허나 ‘증명’은 사랑의 속성이 아닙니다. 사랑은 ‘믿음’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믿음은 진심보다는 행동에 더 가깝습니다. 민망한 그 몇 마디를 “굳이” 꺼내는 일이고, 건네 받은 사랑에 “굳이” 반응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랑을 보냅니다. 그대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여기서 내 몫을 감당하고 있겠습니다. 그것 또한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일부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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