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길을 홀로 자전거를 타시고 슬로모션으로 페달을 밟는 할머니가 잊히지 않는다.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시며 페달을 밟으셨을까? 밤 9시가 넘으면 동네가 어두컴컴, 서로 소등을 하고 긴 밤의 옷을 입는 시골, 이때다 싶어 우는 풀벌레와 개구리울음소리는 왠지 모르게 나의 세속적인 감각을 지우는 지우개와 같았고,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꼈던 순간의 기적.
순간, 머리가 아닌 체험으로 알게 되는 기쁨을 내 반바지 주머니에 넣고 싶었던 실화.. 사랑하는 아내와 삼척을 오롯이 보고 맡고 느낄 수 있어서 만족했던 시간들을 기록하기에 페이지 한 면이 부족하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오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