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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Jun 12. 2020

'2020 6월, 초여름 즈음의 기록.'

'삶은 계속되는 거니까'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유럽은 여름이야말로 유럽답다." 몇 차례 유럽의 여름과 겨울을 경험하다 보니 나도 이제 조금은 허세롭게 유럽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장소라도 여름과 겨울이 주는 느낌이란 확연히 다르다. 물론 어디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만 특히 이 곳 프라하는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하다. 겨울이 주는 프라하의 느낌은 다소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마치 포스터만 보면 '대놓고 슬픈 영화로구나'하고 알 수 있을 정도의 앙상함이 있다.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충분히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여름이 막 시작되기 직전 정도의 날씨로, 그야말로 여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임에 틀림없다. 아직 나의 부모님조차 이곳에 오신 적이 없고, 친한 친구들 역시 오지 못했기에 실은 올여름 꽤나 많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인지하고 있듯 전염병의 창궐로 그 모든 계획은 불투명하게 되었다. 물론 모두의 방문이 불발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이곳에 있는 우리의 여행 역시 상당기간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야 정상화가 될지 알 수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따뜻해진 날씨의 탓인지 사람들은 활동을 재개했고, 폐쇄되어있던 많은 곳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몇 달간 과연 전염병은 얼마나 진정된 것일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결국 움직이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거리의 대다수는 마스크를 벗었고, 이제 다시 금요일 밤이 되면 집 앞 거리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제 전염병이 없는 세상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 나 역시도 사람들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어찌 되든 간에 life goes on이니까'라는 말을 되새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도 조금씩 다시 산책을 시작하고 있다. 러닝과 걸음을 섞은 나의 산책은 그간의 답답함에 대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간 갇혀있던 몸뚱이가 곧 망가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새로 나온 자동차가 한들 한겨울 동안 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엔진이 고장나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더욱이 분명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신상 자동차도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해 '십 수년이나 달렸지만 관리를 잘하니 아직도 이렇게 잘 달린다니까요'하고 이야기하던 어느 아저씨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것 참 씁쓸하구먼.'


사실 요즘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내 목과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이다. 몇 달간 고개를 꺾어 숙인 채 줄기차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갑작스레 몸에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100일 남짓한 순간에 나의 육신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그 옛날부터 그려오던 아티스트들은 어찌 그렇게 작업을 지속해 왔을까'하는 존경심을 동시에 느끼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 모든 것들 또한 마치 전염병과 같은 것이어서, 결국 나는 '삶은 계속되는 거니까.'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글은 계속 쓰고 있지만, 어깨와 목의 통증으로 인해 그림 그리기가 어려워 업로드에 게으른 요즘입니다. 핑계 삼아 한주 잘 쉬며, 산책도 하며 보냈습니다. 약도 먹고 크림도 바르고 있으니 주말이 지나면 더 나아지겠지요. 금요일이니 기분도 좋고, 우연히 어떤 디자인들을 보고서는 도무지 참을 수 없어 통증 따위는 생각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대강 그려버렸습니다. 겸사겸사 오랜만의 업로드. 중요한 것은, 모두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0년 6월 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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