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선물.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노래가 뭐야?"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2020년 6월, 현재의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다프트 펑크의 Something about us"라고 말이다. 물론 노래의 순위 같은 것들은 시기에 따라 항상 바뀌는 것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이 노래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노래'라 하고 싶다. 적어도 요즘 하루에 30번 이상씩은 이 노래를 듣게 되거든.
그러니까 오늘도 나는 유튜브에서 '다프트 펑크'의 공식 채널을 검색해 들어간다. 사실 유튜브의 알고리듬 덕에 항상 이 채널은 내가 보는 화면에 노출이 되어 있고 클릭 몇 번의 수고로움이면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Something about us'를 재생시켜 들을 때면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영상이 보이는 창을 조금 내려, 댓글창에 시선을 두면 처음 보이는 댓글이자(가장 상위에 있는 댓글), 대댓글이 500개나 달려있는 댓글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가 써놓은 그 댓글의 내용은 바로 한 문장으로, "You're thinking about her, aren't you?"이다. 그러니까 댓글의 지은이는 이 짧은 한 문장을 통해 현재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이에 '무엇인가'가 있어요"라는 감정은 간직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결국에도 발견해낼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이 애잔함의 덩어리들이 한 문장에 가득 모여있다. "너 지금 이 노래 들으면서 그녀가 떠오르는 거 맞지?"
그날 나는 아침부터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밖에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미리 계획이라도 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것은 분명 자고 일어난 아침, 갑작스레 떠올린 충동이 틀림없었다(HOT의 캔디도 아니거늘..). 어찌 됐건 나는 오늘 하루가 지나기 전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해야만 했다. 그녀는 내일 아침 일찍 친구들과 발리로 여행을 가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인데, 어쩌면 그것만이 그녀에 대해 내가 아는 유일한 정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하나 더! 그녀와 나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서둘러 엠피쓰리를 구매했고, 노래들을 선곡했다. 그녀가 공항까지 가면서 들을 음악, 비행기 안에서 들을 음악,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등, 내일이면 시작될 그녀의 여행장면들을 상상하며 선곡을 시작했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었지만, 방바닥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서는 유튜브를 통해 파일 형태를 바꾸는 법을 익혔고, 또 유튜브를 통해 음원을 얻어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에 비하면 확실히 유튜브가 유행하기 전의 시절이었지만, 돌이켜본다한들 그때보다 유튜브를 더 잘 활용한 적이 있었을까.
이윽고 새로 사 온 엠피쓰리에 내가 정한 카테고리에 맞춰 선곡한 노래들을 순서대로 담기 시작했다. 음질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애초부터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쯤은 다행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나는 아직 그녀를 만나기로 한 약속도 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나는 그녀가 사는 곳조차 어렴풋이 밖에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언젠가 떠들어볼 기회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