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송대표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자신이 긴급한 상황에 처했는데, 몇 가지 상담좀 해줄 수 있냐하는 것이었다. 송대표님과의 상황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1) 송대표님은 3개월 전 매장을 관리할 수 있는 앱 제작을 A 업체에게 의뢰하셨다.
2) (대부분 그러하듯) 3개월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3) A업체 대표는 담당자에게 문의하라며 송대표님의 연락을 피했다.
4) 12월 3일 점포 개업과 함께 앱 런칭이 필요했다.
5) 그마저도 기획단계에서 마켓 심사를 절대통과할 수 없는 요소가 앱 기획에 들어가 있었다.
6) 개발 진행 상황은 0%였으며, 피그마에 대충 그려진 목업 파일이 전부였다.
7) 선금을 100% 준 상태였다.
8) A업체는 계약서를 빌미로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 그러나 선심쓰듯 10% 정도는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이언트가 할 수 있는 방법(소송 등) 좀 알려달라고 하셨다. 나는 안타깝지만 A업체를 어르고 달래서 조금이라도 받아내는 것이 대표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프로젝트가 일단 소액(660만원)이고, 그 안에 대표님이 겪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건 12월 3일 까지 서비스를 런칭해야하는데, 진행된게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었다.그리고 추가로 혹시 포텐셜에서 이 프로젝트를 맡아줄 수 있냐고 의뢰를 하셨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절을 했다.
설거지 프로젝트란 개발사가 완성하지 못하고 도망친 프로젝트 혹은 개발사의 역량이 안되어 재하청을 주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제작 기한이 말도 안되게 짧은 경우가 많아 리스크도 크기 떄문에 우리는 보통 이런 프로젝트를 왠만하면 잘 맡지 않고, 견적을 평소 가격의 두 세배 부른다. 왜냐하면 그 정도 타임라인안에 프로젝트를 진행가능한 업체는 국내에 몇 안되기 때문이다.
설거지 프로젝트인만큼 견적은 높아야했지만, 송대표님의 예산상황이 맞지 않았다. 일단 A업체와 진행하면서 일단 돈을 한번 날리고 시작한 상황이라, 송대표님의 상황도 이해가 되긴 했다. A업체에게 날린 돈 + 신규 프로젝트 비용으로 두번 지불하려니 얼마나 아까우실까
저희(포텐셜)가 그 예산에는 절대 진행하기가 어렵다 반복해서 말씀드렸다. 시장논리상 리스크가 크면 비용이 올라가야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리스크는 큰 반면 비용은 그대로였다. 다만 송대표님이 간곡하게 부탁하셨고, 내가 ENFP라 감정적인 호소에 약하다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서 미팅이라도 한번 진행해보기로 했다.
부산종합운동장 다음역 스타벅스
IT 서비스는 전혀 모르실 것 같은 아빠 또래의 대표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더 약해졌다. 심지어 내 고향인 안산에서 오셨다고 하니 더 마음이 그랬다. 대표님의 하소연을 두 시간 정도 듣고서, 팀원들과 회의 해 6시까지 답을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대표님께 전화를 드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맡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획 / 디자인 / 일정관리 등을 전부 다 포텐셜에게 믿고 맡길것
대부분 개발 외주의 병목 구간은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조율 구간이다. 기한이 급한 프로젝트 인지라 모든 전권을 일힘할 것을 부탁드렸다. 또한 원하시는 대로 프로덕트가 나오지 않으면 포텐셜이 책임져드리기로 했다. 다행히 송대표님은 오케이 하셨고,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집
계약서 작성이나 계약금 입금이 진행되어야 안전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송대표님께는 계약서 서명이나 계약금은 나중에 주셔도 되니 일단 먼저 작업을 시작해드리기로 했다. 팀원들은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이다보니 내가 먼저 치고 나가기로 했다. 다행히 재하가 자고 있을 시간이라 집중이 가능하다. 다행히도 모듈팀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미리 미리 만둘어 두다보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개발이 가능했다. (Abdur, Siam 사랑해...)
대표님이 한번 개발외주사에게 데여봤다보니 안심을 시켜드리기 위해 오버커뮤니케이션 해드렸다. 기존에 사기친 개발사가 피그마 이미지를 실제 개발된것 마냥 거짓말 한 사례가 있어서 라이브 링크로 소통해드렸다.
24시간 만에 나온 프로덕트
수익성이 좋은 프로젝트는 아니나, 이 맛에 이 업을 한다. 이상 설거지 전문 외주개발사 포텐셜입니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