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프로젝트의 연속된 실패
나는 현재 7명의 방글라데시 팀원들과 함께 소프트웨어 외주 사업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외주 사업이란 간단한다. 앱이 필요하거나, 플랫폼이 필요하거나 하는 개인이나 회사들에게 비용을 받고 소프웨어를 대신 개발 해주는 사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SI업이라고 부르기도하고, 국외에서는 IT 아웃소싱, 에이전시 사업 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SI업에 대해 3D업종이라 부르며 기피하지만, 난 이 산업을 정말 좋아 한다. 그럼 난 어쩌다가 이 업에 몸담게 되었을까?
2022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다. 빠르게 여러번 실패하라 라는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에 따라 끊임없이 프로덕트를 만들고,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실패가 작다고 하여, 상처까지 작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당시 내놨던 프로젝트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딥러닝 기반 체성분 분석 서비스,
2) 딥러닝 기반 부위별 근육 발달 트랙킹 서비스,
3) 트레이너와 PT수강생 간의 피드백 서비스,
4) 오디오 GYM
사람들이 운동할 때 거친 음악이나 동기부여 영상을 많이 튼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
(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의 역작이었다고 할 만큼 너무 잘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썼다)
5) 웨이트트레이닝 기록 앱
이미 수없이 많은 기록 앱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슨생각으로 만들었는 지
6) 필라테스 시퀀스 기록 앱
7) 필라테스 강사들을 위한 딥러닝 기반 체형 평가 앱(거북목, 골반경사, 라운드 숄더 등)
등
특히 4번이 실패했을 때의 타격은 너무 커서, 너무 나 자신에게 화가 난 나머지 Shift+Delete로 프로젝트를 통째로 지워버렸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때라, 작은 성공이 참 절실했고 꼭 스타트업이나 프로덕트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이 흔히 그러길 외주를 뛰기 시작했다.
2022년 그렇게 끊임없이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웃기지만 새로운 재능이 하나 생겼다. 어떤 소프트웨어 든 정말 빨리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보다 컴퓨터 공학 지식이나 코딩을 잘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겠지만, 프로덕트를 빨리 만드는 점에서는 나는 내가 글로벌 1%에 속한다고 믿는다
뭔가 말로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지만, '이런 이런거 만들고 싶어요'라고 클라이언트가 말했을 때, 디비 모델링은 이렇게 하고, 앱의 레이아웃은 이렇게 짜고, 이런 페이지들이 필요하고, 이 기능은 이런식으로 단순화 시키고 등의 모든 과정들이 머릿속에 저절로 정리가 된다.
11월 21일 채팅, 11월 30일 마감 요청
크몽 통해 온 클라이언트인데, 이 분도 포항에서 외주업체를 운영하신다. 9일안에 딥러닝 앱을 만들어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계약서 작성하고, 미팅하고 하면 실 개발 시간은 일주일이 채 안되겠지만 난 자신있었다
8개의 서비스를 폭파시키면서, 돈을 쓰기만 했는데 외주 사업을 시작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빠르게 벌리는걸 보면서, 시장이 필요로 했던 건 내가 만든 8개의 서비스가 아니라, 프로덕트를 빠르게 만드는 능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젊은' 생산 가능 인구가 엄청 줄고 있다. IT업계는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만큼, 젊은 피의 역할이 중요한데 수혈이 되질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같은 업체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네카라쿠배나 젊은 느낌의 스타트업들의 사정은 낫지만, IT친화적이지 않은 산업군의 중소기업들에게 개발팀 구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프로젝트를 마친 클라이언트 대표님께서 팀 규모를 물으시더니, 인수제안을 하셨다. 이유를 여쭤보니 그만큼 괜찮은 개발팀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니 우리가 정직하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 할 일만 잘 한다면 이 업계에서 굶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을 어떤식으로 키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안타깝지만 국내에서는 SI업체가 자신의 힘으로 대기업에 등극한 사례는 없다. 이 말인 즉슨 나도 매우 높은 확률로 다른 에이전시들과 비슷하게 스케일업 하지 못할 거란 뜻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 사례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인도, 베트남에서 성공사례들이 많았는데 250불로 창업해 $18 B 매출을 낸 infosys, ibm 컴퓨터 유통일을 하다가 IT 아웃소싱에 진출해 베트남 시총20위 인 FPT 등. 인도 베트남 중국 등에 성공사례가 많았다.
계속 찾아보다보니 신기한 패턴을 발견했는데, 당연한 일이겠지만 IT아웃소싱업은 계속 더 저렴한 국가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였다. 중국에서 시작된 IT아웃소싱은 더 저렴한 국가인 인도로 이동했고, 요즘은 호치민을 중심으로한 베트남이 핫하다. 더 재밌는 사실은 이것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다른 산업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의류 제조업이 그렇다. 한국에서 시작된 의류제조업은 중국, 인도를 거쳐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현재는 방글라데시가 세계2위의 의류 생산 국가다.
나는 IT아웃소싱의 넥스트 베트남으로 방글라데시아에 베팅했다. 봉제산업과 IT산업은 전혀 달라보이지만 사실 꽤 비슷하다. 둘 다 굉장히 노동집약적이고, 자본 투입 없이 시작 가능하다. 특히 유튜브 덕에 양질의 교육 컨텐츠에 대한 접근이 올라가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IT아웃소싱업의 흐름이 베트남 이후에 어디로 갈지 궁금했다.
2) 봉제 산업과 IT아웃소싱업이 비슷하더라
3) 왠지 방글라데시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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