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이른 길목
둥근달이 산허리에 거칠 때
친구들과 철사줄에 매달린 깡통에
나뭇가지를 쑤셔 넣고 불을 붙여
어깨가 아프도록 깡통을 휘두르며
들판을 뛰어다녔다.
아침에 오곡밥도 얻어먹었겠다
배고픔도 지칠 줄도 모르도록
불붙은 깡통을 돌리고 돌리고
불 피울 나무가 없어질 때까지 놀다가
마지막에 깡통을 하늘높이 던져
불꽃이 까만 하늘에 흩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놀았던 내 어릴 적 대보름 쥐불놀이를
오랜만에 보았다.
2023. 2. 5. 정월 대보름, 부산 오륜대 달집 태우기. 불꽃이 눈이 선명한 용을 닮았다.
우리 조상님이 지혜로워서
한 해 농사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
입춘이 지나고 대보름이 오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달집을 태우며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했다.
긴 겨울 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오곡밥과 7가지 나물로 입맛을 돌게 했다.
타오르는 달집의 불꽃으로 겨우내 늘어진 정신을 곧추세우고
지신밟기 등으로 몸을 풀어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준비했다.
이제 한 해가 시작되었다.
도심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밭을 갈고 무슨 씨앗을 뿌려
올 한 해의 농사를 새롭게 지을 것인가?